북 ‘핵’ 위협의 실체

이런 심정이다. 죽이지도 살릴수도 없는 형제의 패륜을 겪는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든다. 초등학생 시절의 망나니가 연상된다. 행실이 개차반 같아 동무가 없는 외톨박이는 늘 훼방꾼 노릇을 했다. 그래서 어르고 달래면 그때 뿐 점점 도가 더 지나치곤 했다. 핵 실험에 이른 평양정권의 소행이 이와 같다.

핵 실험의 성공이니, 일부 실패니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을 달리하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분량이 많든 적든 핵 무기는 이미 지녔다. 핵이 작든 적든 남쪽에 한 방만 터뜨리면 치명적이다. 이에 미국이 맞서 북을 만약 핵으로 응징하면 북녘 또한 치명타를 입는다. 이게 무슨 꼴인가, 수 십만 수 백만 명이 죽고 다치고도 수 십년을 가는 것이 핵의 재앙이다. 한반도 또한 초토화 된다. 아무리 하기로서니 동포에게 핵을 쏘겠냐 하는 ‘설마’는 사람잡는 허점이다. 남조선 해방에 미국이 본격 개입할 틈을 주지않고 속전속결로 끝내면 결국 북쪽은 재앙없이 기정사실화한다는 것이 조선로동당 혁명 전략의 근간이다.

인민은 배곯리는 처지에 뭣 때문에 기를 쓰고 대량살상 무기를 만들었겠는가,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대미정책은 장삿속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흥정 가격을 높이고자 하는 것 뿐, 평양정권이 군사강대국이긴 해도 정규전에선 미국의 상대가 될 순 없다. 또 평양정권의 엄살처럼 미국이 북을 선제 공격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나 일본에 핵 무기를 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핵 무기 위협의 상대는 어디까지나 ‘남조선’이다. 설사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위협을 안고 사는 것은 계속 꿀리고 사는 게 된다. 우리도 덩달아 핵 무기를 만들자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하고 같이 죽는 꼴이 된다. 주검의 재를 아예 이 강토에서 추방하자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다.

사실은 지구촌에서 모두 추방해야 할 핵 무기를 강대국은 지니면서 후발국들에게 못 갖게하는 건 아니꼽다. 중국이나 인도며 파키스탄이 핵 보유국인 것도 못 마땅하지만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혀있다. 이란의 핵 무기 개발은 중동의 맹주 지위를 굳히기 위해서다. 그러나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가 핵을 지녀서 강소국인 것은 아니다.

정작 문젠 앞으로의 일이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를 경제제재만 하든 군사제재가 포함되든 평양정권이 호락호락하게 핵을 포기할 사람들은 아니다. 되레 큰 소리쳐가며 콧대를 높일 것이다. 평양정권이 핵이 아닌 다른 폭약 더미를 터뜨려놓고 핵 실험 위장을 하는지 모른다는 의문은 좀 그렇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이나 러시아까지 상대해가며 국제 사기극을 연출했다고 보기엔 마뜩찮다. 중국, 러시아가 사기극에 공모 당했다고는 더욱 볼수 없다.

결국 안보리 제재와 함께 주변국의 어르고 달래는 외교적 노력이 또 불가피할 터인데 이게 지난 6자회담보다 더 지루해질 것이다. 새로운 처방으로 북·미 양자회담을 말하지만 이 역시 능사가 아니다. 탈도 많고 까닭도 많은 생트집으로 발목만 잡히는 또 하나의 함정이 되기 십상이다. 회담의 단가가 훨씬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또한 급랭된 지금의 단계에서 일단은 대북정책 재검토 등 더 악화돼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냉전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대화도 하고 교류도 갖긴 가져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핵 실험으로 돌아온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달라는 대로 주고, 하자는 대로 해준 햇볕정책은 그러다 보면 염치도 차릴 줄 알고 은혜도 갚을 줄 알 것으로 알았지만, 끝간데 없이 버릇만 나쁘게 길들여졌다. 이쪽을 만만하게 보는 지경까지 됐다. 햇볕정책은 평양정권에 기회 진상의 구실만 했다.

1815년 영국의 웰링턴이 나폴레옹 군단을 워털루에서 완파할 수 있었던 것은 나폴레옹이 실기한 기회를 역기회로 포착하였기 때문이다. BC 638년 송나라 양공이 지금의 하남성 홍수를 가운데 두고 초나라 군사와 대치했다. 초군이 야간에 물을 건널 때 양공은 두 번이나 거듭된 주변의 공격 제의를 ‘비열한 짓’이라며 물리쳤다. 송나라 군사는 이윽고 물을 건너 전열을 정비한 초군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쓸데없는 아량을 두고 경고하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고사다. 우리도 이제 퍼주면서 박대받아도 태연한 척 했던 ‘송양지인’의 어리석음은 그만두어야 한다.

초미의 대북 과제는 핵 폐기다. 방법은 전쟁의 참화를 막기위한 핵 폐기를 두고 전쟁을 수단화 할 수는 없다. 대화와 대북교류를 할 때 해도 단호한 상호주의로 나가야 한다. 무작정 퍼주고 무조건 끌려만 가는 것은 ‘병신정책’이지 포용정책이 아니다. 상호 실리위주의 대등한 상호주의만이 진정한 포용정책이고 참다운 동포애다. 더 이상 망나니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핵 폭풍을 막을 수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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