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용서하라?
지난 10일은 `세계사형반대의 날'이었다. 한국은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과 함께 사형제 존치국 68개국 중의 하나로, 정부 수립이래 900여명이 사형에 처해졌다. 최근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사형제 존폐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되고있다.
“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살고 싶어졌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세 명의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윤수(강동원)와 수녀인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온 유정(이나영)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형제도'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소통'에 관한 영화다.
“남들한테는 먼지 만한 가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 우주보다 더 아픈 거래요.”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것. 이들은 일주일에 3시간뿐인 만남을 통해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찼던 스스로를 구원한다.
그것은 참회와 용서를 통해서 가능했지만 역시 가장 큰 힘은 사랑이었음을 영화는 숨기지 않는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멜로에 중심을 두면서 그 한계 또한 뚜렷해진다. 유정에게 깊은 상처를 안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윤수를 살인자로 만든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여전히 개인적 차원에 머물러있고, 사형대 시퀀스는 사형제도에 대한 환기보다는 멜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기능한다.
반면 팀 로빈스가 1995년 연출한 `데드 맨 워킹'의 사형대 시퀀스는 사형수보다는 사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사기를 통한 사형이 집행되는 동안 카메라는 절대 시선을 돌리지 않으며, 영화 `하이눈'처럼 스크린 속의 시간은 스크린 밖의 시간과 똑같이 흐른다. 그렇게 관객은 또다른 살인에 대한 목격자의 자리로 불려간다.
물론 판단은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데드 맨 워킹'은 `범죄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와 그 가족이 우선'이라는 사형제 존치론자들의 견해를 잊지 않으며,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인종차별주의자이기까지 한 범죄자를 돕는 수녀의 도덕적 갈등 또한 비중 있게 다룬다.
사형제도에 대한 논쟁은 세기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12월 사형을 집행한 뒤 올해로 10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5년 3명이 사형을 언도받은 바 있으며, 현재 사형 선고 후 복역 중인 수형자는 64명에 이른다. 사형수 출신인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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