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에 의해 창건된 주체형의 혁명적 맑스(마르크스)-레닌주의 당이다’ 조선인민공화국의 조선로동당규약 전문의 첫머리 대목이다.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의 사회주의를 마르크스 이론의 혁명적 실천가인 레닌을 통하여 발전한 것이 전문 첫머리가 밝힌 마르크스-레닌(ML)주의다.
그러나 평양정권은 1848년2월 마르크스가 발표한 사회주의 운동의 비조라 할 공산당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산당선언 3장에서 경고한 사회주의적 유파의 반동성·보수성·공상성의 수정주의를 걷고있는 것이 평양정권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경계한 종파주의 집단이 또 평양정권인 것이다. 김일성주의는 공산당선언을 위배한 수정론이며, 혈통승계의 근간인 수령론은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배치된다.
그런데 조선로동당 규약 전문 첫대목에 나온 ‘주체형의 혁명적 맑스-레닌주의 당이다’에서 ‘주체형’이란 말은 주목할 부분이다. 김일성주의 수정론과 혈통승계의 수령론 뿌리를 바로 여기에 두고 나온 것이 주체사상, 즉 우리식사회주의이기 때문이다.
하긴,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역시 공산주의 원전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가고 있다. 다같은 수정주의자인 것이다. 그렇긴 해도 중국이나 베트남 정권은 종파적 집단이 아닌 점에서 평양정권과 본질이 다르다. 동포끼리인 남북대화가 이민족인 중국 베트남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연유가 이 때문이다.
예컨대 베이징이나 하노이에 가서는 마음대로 다닌다. 많은 남쪽 사람들이 평양을 다녀왔지만 마음대로 다닌 적은 없다. 안내원이란 사람의 감시자를 따라야 한다. 우리식사회주의는 폐쇄사회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체제 유지를 해치는 외부의 물결, 특히 자유의 바람을 경계한다. 개혁 개방을 하면 중국처럼 생활이 나아질 것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다. 개혁을 하면 정권 유지 수단인 종파집단이 깨지고, 개방을 하면 혈통승계가 불가해지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평양정권의 장구한 수명은 정치학의 세계적 학문 연구 과제다. 1948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건국이래 58년을 장기집권 해왔다. 또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대를 이어 지배한다. 3대 승계까지 획책한다. 그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 로동당 규약은 헌법보다 우위에 있다. 내각은 당의 하수인 구실에 불과하여 총리는 권력서열이 두자릿 수에 머문다. 선군정치란 군사정권이다. 이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입대 경험은 없어도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장군님”이다.
희한한 것은 이런 평양정권을 극구 찬양하는 남쪽 사람들이 엄존하는 사실이다. 박정희 18년 집권은 장기집권이라고 매도하면서, 대를 이어 충성을 요구하는 혈통승계 집권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전두환은 군사정권 수괴라면서도 평양 군사정권은 당연한 것처럼 말한다. 이른바 내재적 접근의 둔사를 일삼는 이들에게 북에 가서 살라면 정작 못살 위인들이 선전선동의 동조에 혈안이 되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안잉(岸英)은 ‘조선전쟁’(6·25) 때 중국의용군으로 참전, 1950년 11월25일 아침 한 동굴에서 미 공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숨졌다. 당시 안잉은 28세로 신혼이었다. 다른 무명용사와 똑같이 처리하라는 아버지 마오쩌뚱의 지시에 따라 평남 회창군 ‘중국의용군혁명열사묘’에 묻혔다. 베트남 민주공화국의 국부 호치민(胡志明)은 독신이기도 했지만 평생의 의식주 생활을 인민들과 똑같이 검소하게 했다. 베트콩의 물불을 가리지 않은 저항정신은 그같은 지도자에 대한 신뢰의 결집이었다. 마오쩌둥이나 호치민의 면모는 곧 혁명 지도자의 도덕성인 것이다.
배곯아 속속 대거 탈출한 인민들이 중국 러시아 태국 등을 방황, 국제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어도 평양정권은 도덕적 자책은 커녕 수치를 모른다. 되레 식량 원조를 당연한 것처럼 구걸한다. 잇따른 말썽으로 끌어온 국제사회의 관심을 생존 수단으로 삼는다. 점점 높아진 말썽의 수위는 이제 극에 달해 핵 무장으로까지 갔다. ‘미국놈에게 대항하기 위해 잘했다’는 남녘 사람들이 있다. 북녘 인민의 기아엔 침묵하면서 점심 굶는 이쪽 아이들 일엔 비방만 일삼는 족속들이다. 북핵의 ‘미국놈’은 구실일 뿐이다. 남반부 해방을 아직도 공식화한 남쪽 사람들 머리위가 위협의 대상이다.
능력에 의해 기여하고 수요에 의해 공급되는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이 사회주의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우리식사회주의가 이런 사회주의와 거리가 먼지는 오래다.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했지만 해도 이상한 사회주의를 하는 것이 하필이면 동족이다.
중국의 친중(親中) 궁정 쿠데타 구상설 외신이 주목을 끈다. 신뢰성은 의문이지만 중국은 북녘 석유 소요량의 70%를 제공한다. 평양정권의 혈통승계가 붕괴되고 나서 들어서는 새로운 정권은 과도기적 내부 요동이 있어도 결국 중국식 개혁 개방의 문호를 열 것이다. 참다운 남북대화가 또한 가능해진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