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문근영 “원작따윈 필요없어”

차가운 그들의 뜨거운 거짓말, “사랑따윈 필요없어”.

아도니스클럽의 넘버원 호스트 줄리앙(김주혁 분)과 앞을 못 보는 스무살 고아 상속녀 류민(문근영 분)이 내뱉는 말이다. 살아온 이력이 다르고 계급이 다른 그들의 첫번째 접점이다.

문근영의 시각장애인 연기와 김주혁의 화려한 호스트 변신으로 관심을 모은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3일 오후 2시 서울 메가박스 신촌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영화는 28억 7000만원을 갚지 않으면 목숨을 내놔야 하는 호스트 줄리앙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속녀 류민의 오빠를 가장해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위험천만한 사랑에 관한 얘기다.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마음이 닫혀 있어 “사랑따윈 필요없다”고 말하던 두 사람이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누구보다 차가운 두 사람이 서로의 가슴을 녹여 ‘사랑’하게 되는 것이 그들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접점이다.

이철하 감독은 “보통 멜로영화는 사랑을 물씬 나누는 과정, 혹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역경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영화 내내 두 사람의 마음이 절제돼 있다. 사랑을 하기 시작한 후에도 숨기고자 하고, 숨기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두 사람의 사랑을 느끼기에 표현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조금씩 사랑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오는 작은 재미와 긴장감을 느껴 보셨으면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일본 TBS에서 2002년 방송된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여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4년이 시간이 지났고 국적과 장르가 바뀌었다지만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먼저 김주혁.

“처음에는 원작을 봤다. 그러나 ‘원작 캐릭터에 구속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들어 멈췄다. 이 시나리오는 우리 것이고, 내가 그것에 맞춰서 솔직하게 연기하면 분명히 차별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에 대한 부담감보다 내게 고민이 됐던 것은 호스트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호스트라는 직업을 내가 어떻게 소화해 낼까, 관객들이 선입견을 지우고 줄리앙을 볼 수 있도록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문근영도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음과 비교의 자제를 부탁했다.

“내 감정을 믿고, 감독님을 믿고, 줄리앙을 믿고 연기했다. 다른 배우의 연기를 참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과 똑같은 연기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스스로 많이 느끼고, 고민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했다. 작업을 끝내고 나니 내가 연기한 류민밖에 남지 않아서 원작 캐릭터와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원작과 비교하기보다는 우리 영화의 또다른 맛들을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

이 감독은 “사실 배우들에게 원작을 보지 말라고 주문했다. 배우들의 원작에 대한 구속이 걱정됐고, 감독만 원작을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디렉션을 잘 따라주었고,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배우들의 숨소리,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중요시 할만큼 주인공의 감정 상태에 집중하다 보니 클로즈업 샷도 많고 다소 정적이고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주혁과 문근영의 섬세한 감정 연기에 빠져 줄리앙과 민의 상황에 몰입하다 보면 감독이 말하는 재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보고 느낀대로가 정답이다. 비극적인 결말로 보든 희망적인 결론으로 보든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열린 결말이 궁금증을 배가시키는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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