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들의 개런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이에 대한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비명이 유독 크게, 자주 터져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는 6일자에서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배우들을 압박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러셀 크로는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하는 20세기 폭스의 신작 영화 출연이 무산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난 자선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메이저 영화사를 위해 자선을 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들어 영화와 TV 제작사들은 제작비와 불법 해적판의 증가, 뉴미디어의 위협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동업자들에게 양보의 미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와 감독, 작가들은 이에 압박을 느끼며 이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라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조만간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5년 5천410만 달러였던 할리우드의 평균 제작비는 지난해 9천620만 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지난 한 해 미국에서 불법 해적판으로 인한 손해는 1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뉴미디어의 제안을 어떻게 이용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 휴대폰 등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전통적인 영화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신문은 "쇼 비즈니스에 관한 수많은 논쟁의 핵심은 돈과 권력이다. 이의 해결 없이는 배우와 제작사의 관계는 더욱 대립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제작사와 배우, 작가, 감독 조합 간의 계약이 2008년까지 모두 종료될 전망이라 양측 간의 대립은 곧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2주 전 20세기 폭스와 유니버설 픽처스는 인기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한 '할로'의 영화화 계획을 백지화했다. 제작 총지휘를 맡을 예정이었던 피터 잭슨 감독과 다른 스태프가 그들의 개런티를 깎을 수 없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최근 들어 할리우드에서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잼 캐리를 캐스팅했던 '유즈드 가이'와 TV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달라스', 또 다른 영화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등이 모두 높은 제작비를 이유로 제작이 취소됐다.
'다빈치 코드'의 프로듀서를 맡은 브라이언 크레이저는 "몸값을 고집하면서 그저 주차장에 서 있고 싶은가, 아니면 필드에서 뛰고 싶은가. 배우와 제작사 간의 분쟁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배우 매니저 출신으로 현재는 파라마운트의 회장을 맡고 있는 브래드 그레이는 "배우와 제작사 간의 문제가 과거에 비해 심각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권력의 중심이 제작사 쪽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그러나 제작사 역시 자신들이 원하는 배우나 감독, 작가를 쓰기 위해서는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제작사에 대한 반목이 심해도 파업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라며 그레이의 말을 인용, "주장은 주장이고, 현실은 다른 문제"라고 전했다.
일례로 '엑스맨-최후의 전쟁'을 연출한 브렛 래트너 감독은 감독조합에 "제작사에 대한 개런티 인상 요구 외에 당면한 문제들이 많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연출한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될 때마다 우리도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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