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에서 관록의 연기를 펼쳐온 중견 탤런트들이 연극 무대에 속속 오르고 있다.
한국적인 아버지와 어머니 역의 대명사인 이순재와 김혜자를 비롯해 정영숙 양택조 사미자 박순천 등이 11∼1월 사이 줄줄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이들은 모두 연극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거나 틈틈이 무대에 서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중들과 친숙한 연기자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빠른 티켓 판매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2003년 초연된 이래 겨울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늙은 부부 이야기’(11일∼내년 1월14일·코엑스아트홀)에는 이순재-성병숙에 양택조-사미자 커플이 출연한다. 지난해 이 작품으로 연기생활 49년 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무대에 출연한 이순재는 성우 성병숙과 함께 ‘첫사랑보다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또 브라운관에서 감초격 조연으로 작품에 감칠맛을 더했던 양택조-사미자가 이순재-성병숙과 또다른 색깔을 가진 노년의 사랑을 그린다. 두 사람은 최근 간경화와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대수술을 받았다. 건강을 회복하고 처음으로 연기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02-741-3934).
유인촌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이끄는 극단 유의 ‘황금연못’(12월1∼31일·유시어터)은 주인공이 정영숙 권성덕 박순천 등 중견 배우들로 꾸려져 눈길을 끈다. ‘황금연못’은 1981년 캐서린 햅번과 헨리 폰다,제인 폰다 부녀 등 호화 캐스팅과 탄탄한 작품성으로 아카데미상을 휩쓴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 오랜 세월 등을 돌린 채 살아온 아버지와 딸이 남자 친구의 아들을 매개로 화해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1987년 고 이해랑의 연출로 초연된 지 20년만에 유인촌 전 대표의 형인 유길촌 연출로 다시 선보인다.
KBS 드라마 ‘서울 1945’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역할을 맡았던 권성덕이 무뚝뚝하고 괴팍한 아버지 노만으로,주인공 어머니 역할 단골인 정영숙이 밝고 이해심 많은 아내 에델로 분한다. 또 ‘전원일기’에서 유인촌과 부부로 출연했던 박순천은 딸 첼시 역을 맡았다(02-3444-0651).
2001년 처음 도전한 연극 ‘셜리 발렌타인’에서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김혜자는 실험극장의 ‘다우트’(12월 5∼11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로 5년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선다. 현역 미국 최고 극작가 가운데 한명인 존 패트릭 쉔리가 쓴 ‘다우트’는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인간의 확신과 의심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지적인 심리극.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이듬해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김혜자는 의심과 확신을 오가는 냉철한 엘로이셔스 원장 수녀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02-764-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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