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번역 수준이하, 국가가 나서야"

문화예술 분야 국내 번역이 수준 이하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와 이윤택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한국문학번역원과 국회문화정책포럼이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문화예술 번역, 획기적 개선을 위하여'라는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먼저 도정일 명예교수는 '문화예술 번역의 의미'라는 발제문을 통해 "현 단계의 번역은 국력에 비해 수준 이하"라며 "번역문제는 시급한 공공정책 과제 중 하나로, 국가정책만이 수행할 수 있는 책임 영역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특히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 당국의 개탄할만한 인식 결여 ▲유능한 인적 자원의 부족 ▲인적 자원을 길러내기 위한 정책과 투자의 빈곤 등을 근본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공연예술 현장에서 본 번역문제'를 발표한 이윤택 전 예술감독도 "번역 수준 때문에 작품 수준이 평가절하돼버리는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혹은 공공적 차원의 조직과 운용이 필요하다"며 "한국문학번역원이 좀더 학문적 권위를 갖고 번역 대상도 축소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은 그 방법으로 "희곡일 경우 번역될 외국어권의 연극학자, 배우, 무대예술가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책의 성격에 따라 전문가 그룹의 협력작업이 필요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번역자와 이런 협력작업자 등으로 두터운 번역그룹을 형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번역이 교수나 학자의 부차적 일거리가 돼서는 안된다"며 "국가적 차원의 번역자는 그 자체로서 직업적 전문성을 지녀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와 직업적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한국문학 번역자들이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라고 지적한뒤 더 많은 한국문학 전공자가 번역자로 일해야 하며, 개성 없는 희곡번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번역가가 단순한 언어의 전달자가 아닌 분명한 관점과 감성을 지닌 창조적 문필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표가 끝난뒤 이어진 토론에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외국인 방문객이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게 문화재 안내판인데 그 수준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며 "전국에 있는 9천개 안내판에 넣을 내용이 200자 원고지 3만장에 달하는데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문화재 전문가들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판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뒤 "대중적 미술사 등 일부 분야는 번역할 텍스트가 없는 경우도 있어 관련 학계의 수준 향상도 필요하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문화연대 공동대표인 강내희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번역을 중시하는 것은 문화적 민주주를 강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며 "한국문학번역원을 한국번역원 또는 한국번역청으로 위상을 강화해 다양한 번역정책을 입안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인 김홍준 교수는 영화와 관련 "초벌 번역이 가능한 인력풀과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전문가풀 등을 확보하고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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