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에 열리는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운다. 이 상의 영향력이 아카데미상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신문 및 잡지 기자로 구성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회원 90여명의 투표로 골든글로브상 수상자가 결정되는 데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최명찬씨(54)가 심사를 맡고 있다.
최근 미국 영어 체험 및 자신의 실수담을 엮은 ‘Yellow Sugar’(아이디얼북스 刊)을 출간한 최씨를 23일 대전에서 만났다. 대전토박이이자 16년간 언론사 연예담당기자를 하다 1995년 가족과 함께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간 최씨는 2년만에 HFPA회원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만 해도 500여명이 넘어요. 골든글로브 심사위원으로 뽑히는 기자는 1년에 3-4명에 불과하죠. 주로 유럽 외신기자들 위주로 선발되다보니 동양인이 심사위원으로 선발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10년째 골든글로브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씨는 한국영화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표현했다.
“우리 영화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시나리오나 기술적인 측면만 본다면 할리우드 영화에 전혀 손색이 없죠. 문제는 마케팅 전략이 뒤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 홍콩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죠.”
그는 지난해 골든글로브 후보작에 중국과 홍콩영화인 ‘무극’과 ‘쿵푸허슬’등 2개 작품이 오른 것을 한국영화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감독과 영화사 관계자들이 심사위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작품을 홍보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할리우드에서의 한국영화의 가능성은 밝다고 말했다. “와호장룡 이후 할리우드에서도 아시아 영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영화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만큼 앞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홍콩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최씨는 스크린 쿼터 축소에 대해서는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스크린 쿼터를 폐지해도 한국영화 망하지 않습니다. 미국 직배영화와 맞서 싸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측이 스크린쿼터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10-20년후의 상황을 내다보는 것입니다. 우리도 지금 당장 스크린 쿼터를 사수하자고 외치는 것보다 10년후의 상황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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