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초등학교 때부터 제 뇌리를 지배한 가요입니다. 노래로 시대를 기억하게 해준 선배는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러브홀릭 지선)
"주위에 흔들리지 않고 주관을 갖고 음악하는 모습 멋져요. '바람아 멈추어다오' 꼭 히트시켜요. 제가 홍보 많이 해줄게요."(이지연)
러브홀릭이 1980년대 후반 여고생 가수 이지연의 히트곡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타이틀로 한 리메이크 음반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러브홀릭의 음반 발매 시기와 맞물려 이지연이 공백 17년 만에 공연으로 대중과 소통을 시작, 절묘한 인연이다.
러브홀릭의 보컬 지선은 "저희 세대에겐 가장 깊이 기억된 노래 중 하나입니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참 멋진 곡이에요. 선배 건강하시고요. 앞으로도 자주 뵐 수 있길 바랄게요. 파이팅!"이란 메시지를 담아 이지연에게 사인 CD를 건넸다.
이지연은 "이미 라디오에서 노래를 들었다"며 "지선 씨 음색으로 부른 노래는 몽환적이고 새로웠다. 너무나도 잘 불러줘서 기쁘다. 파이팅"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낸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봤다.
◇To. 그리웠던 이지연 선배께
엄마가 아끼던 물건을 대물림하고 그 물건을 통해 모녀가 한 시대를 공유하듯 이 곡이 선배와 저의 연결고리가 된 것 같아요. 가요를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입으로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처음 접했어요. 한번에 멜로디가 가슴에 박혔고 소풍 가서도 부른 기억이….
깨끗한 음색으로 선배가 부른 노래가 봄바람이라면, 살짝 허스키한 보컬인 제 곡은 겨울의 아린 바람 같아요. 선배의 원곡을 흉내내기보다 제 기억 속에 남은 '바람아 멈추어다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재해석하고 싶었죠. 시적인 제목, 군더더기 없지만 애절한 이 곡을 자유롭게 부르고 싶었거든요.
선배가 활동하시던 1980~90년대 음악은 멜로디가 좋은 곡이 많았어요. 지금은 음악에 사대주의가 강한 데다, 가창력보다 퍼포먼스 위주죠. 러브홀릭이 멜로디에 집착하는 것도 옛날 대중음악에 대한 리스펙트(Respect)랍니다.
최근 2년, 다시 컴백하는 옛 선배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해요. 특히 여가수의 생명력이 짧잖아요. 여가수는 한때를 풍미할 임팩트를 잃으면 퇴물이 되는 게 현실 아닌가요?
지연 선배, 17년간 무대를 잊고 사셨겠지만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아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가요계 현실이 안 맞아 힘들어 떠났다'는 선배의 기사를 봤어요. 선배는 노래로 시대를 기억하게 해준 분입니다. '나는 이지연이다'란 자부심을 갖고 활동도 죽~하시면 저희 같은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그 길 닦아주실 거죠? 그리고 외모 완전 그대로십니다.
-러브홀릭 지선이 드립니다
◇To. 사랑하는 후배 지선 씨
지선 씨가 부른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몽환적이고 새로웠어요. 아버지도 버스에서 그 노래를 듣고선 '너 노래를 딴 사람이 부르더라' 하시더군요. 인터넷에서 러브홀릭이 제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은 접했지만 타이틀곡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전영록 선배께 받았던 곡을 후배들이 듣고 불러줘서 뿌듯해요. 보람도 있네요.
얼마 전 미국에서 제 노래를 따라부르며 옛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최근 '추억의 동창회:프렌즈 80 콘서트' 날에도 많이 울었죠. 김성호의 '회상'을 들으며 눈물이 너무 쏟아져 화장실에서 펑펑 울고 나와 감정을 주체할 수 있었어요.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랄까?
활동 당시 안티 팬들이 참 많았어요. 방청석에서 날아오는 '우우~'란 야유, '노래를 그 따위로 하냐' 등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들었죠. 심지어 '언니 예뻐요' 하면서 머리에 껌을 붙이는 이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그때 유명했구나'란 걸 이번에 처음 느꼈어요. 당시 바쁜 스케줄에 인기를 느낄 시간도 없었거든요. 그땐 하고 싶은 음악도 할 수 없었죠. 댄스가 대세면 댄스, 발라드가 주류면 발라드를 불렀어요. 러브홀릭은 음악에 주관이 있어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가창력이 뛰어난 재능 있는 후배들이 참 많더라고요. 지선 씨, 제 경험상 무작정 전력질주하지 말고 평생 노래할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춰 즐기면서 해요. 지금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때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도 흔들린답니다.
저의 본격적인 활동은 확답하기 힘드네요. 2세를 가져야 하거든요. 노래 말고 요리와 미술 공부도 하고 싶어요. 갤러리에서 팬들을 초청한 가운데 음악이 있는 전시회, 어때요? 이젠 절대 대중과 분리되지 않겠어요. 팬들이 준 용기를 안고 자연스럽게 살아갈 거예요. 같이 갈 거죠?
-이지연이 전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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