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담에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한편 서양에는 ‘두 사람의 머리도 합치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국 속담은 서로 힘을 모으면 좋다는 의미이고, 서양 속담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더 좋다는 뜻일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지식과 지혜를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같은 면도 있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을 쌓다보면 지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 배운 게 많지 않아도 다양한 경험과 인생의 연륜을 쌓다보면 지혜가 생기게 된다. 우리 옛 조상들의 지혜는 그들이 무슨 학문을 깊이 연구하고 현대문명의 혜택을 통해 얻은 지식의 기초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에서 배어나오는 ‘삶의 진국’인 것이다. 그래서 한 조직에서도 경륜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지혜의 폭도 넓어진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첨단지식은 조금 부족할 지 몰라도 사람들과 오랜 관계를 맺으며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지혜가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아날로그 세대의 간극 상존
그런데 우리 사회가 서구체제를 닮아가면서 구조조정이란 미명하에 ‘오륙도’나 ‘사오정’ 등의 유행어들이 생겼다. 그뿐인가. 근래에 ‘삼팔선’이니 ‘이태백’이니 하는 자조 섞인 신조어들도 범람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직사회의 근간을 이뤘던 중년세대들이 내몰리더니 이제는 디지털 지식의 첨병으로 각광받던 젊은 세대들까지 엑소더스 대열에 끼고 있으니 말이다.
날로 새로워지는 지식을 습득하려 하지 않으며 좋은 시절에 조직의 울타리에 안주했던 중년세대, 오랜 경륜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시대에 맞지 않는 옛 얘기쯤으로 치부해 버렸던 젊은 세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갈등의 골을 키워 온 모두가 문제다. 그리고 두 세대의 화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이해의 간극만 벌려놓은 우리 사회가 더 큰 문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대변되는 세대간의 갈림은 한 조직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 사회의 갈등과 반목의 단초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한 국가의 조직사회(Corporate World) 문화는 바로 사회 전반의 문화현상으로 쉽게 옮겨가게 돼 있다.
◇포용성과 객관적 합리성 가치 중요
이런 과정에서 20세기적 지혜의 가치와 21세기적 지식의 가치가 서로 융합되지 못한 채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부딪치고 있는 형상이다. 지혜와 지식이란 이분법적 논리로 사회의 문화구도가 고착돼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 그 두가지 가치가 서로 융화하고 보완하고 결합, 시너지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각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우리에겐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를 맞고 있다. 과거의 관습과 패턴으로는 새롭게 전개되는 변화와 변혁의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지금의 리더십은 지식과 지혜를 아우르는 포용성과 주관적인 철학보다는 객관적인 합리성이 기본정신이 되는 바탕이 돼야 한다. 리더십의 대칭점에는 반드시 팔로우어십(Followership)이 있다.
이 두 관계 사이에 의사가 소통되고 정서가 교감돼 이해의 공감대를 쌓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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