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냐-게오르규는 오페라계의 무법자

'최고의 오페라 커플'로 불리는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43)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41) 부부가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제2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시칠리아 출신 프랑스 성악가 알라냐는 10일 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하는 도중 일부 관객들이 야유와 휘바람을 퍼붓자 돌연 노래를 멈추고 퇴장해 버렸다.

스칼라 극장 사상 처음 벌어진 주역 가수의 퇴장 소동에 연출진은 대역 안토넬로 팔롬비를 평상복 차림 그대로 무대에 세우는 고육지책을 동원했다. 결국 알라냐 대신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역을 맡은 팔롬비는 진 바지 차림으로 아리아를 부르는 우스꽝스런 풍경을 연출했다.

알라냐는 "청중이 위협적이다. 공산국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 자신을 맘대로 표현하는 데 불안을 느낀다"며 "이제 라 스칼라와 관계를 끊겠고, 이미 예정된 `마농 레스코'에도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알라냐는 또 아내 게오르규도 자신처럼 라 스칼라 무대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래 라 스칼라의 오페라 팬들은 성악가들이 조금만 실수해도 당장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까다로운 청중들로 소문이 나 있다. 알라냐는 이날 출발부터 음정이 다소 불안했다고 이탈리아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한편 남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행동 때문에 '이 시대 마지막 위대한 디바'라는 별명이 붙은 게오르규는 다음 시즌 영국 로열오페라의 `돈 카를로스'에 출연하기로 했던 약속을 파기했다.

게오르규의 대변인은 "안젤라가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스'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며 "게오르규는 그 작품이 자신에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약간 불편한 느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게오르규는 이미 '돈 카를로스'의 엘리자베스 역을 맡기로 로열오페라측과 합의를 끝낸 채 서명만 남긴 상태였다고 텔레그래프는 말했다.

1996년 결혼한 두 오페라 스타는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에서 1회 공연에 3만 파운드(약 5천429만원)의 거액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게오르규가 오페라 제작진과 무대 세트, 가발 등을 두고 자주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두 부부에게는 무법자를 뜻하는 '오페라계의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악명이 따라 다닌다. 루마니아 출신 게오르규는 '여자 드라큐라'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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