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목소리'로 추앙받는 그들

'오페라의 여신'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이탈리아 베로나의 부호 메네기니와 결혼하자 그의 어머니 에반겔리아는 딸에게 경제적으로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칼라스는 답장에서 "엄마로서 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못 하겠으면 낳지도 말았어야지! 게다가 엄마는 아직 젊다.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칼라스는 이후 1950년 멕시코 순회 공연에 초대한 것을 마지막으로 죽는 순간까지 다시는 모친을 만나지 않았다.

1955년에는 극장 관계자들에게 화풀이는 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되면서 그에게는 '암표범 칼라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한 그는 다른 가수들이 자기보다 많은 박수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음악ㆍ무용 칼럼니스트 유형종(무지크바움 대표) 씨가 지은 '불멸의 소리'(시공아트 펴냄ㆍ전2권)에는 '신이 내린 목소리'로 추앙받은 남녀 성악가 50명이 소개된다. 모두 사망 또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인물들이다.

10대 시절 칼라스를 비롯해 마리오 델 모나코, 피셔 디스카우, 조운 서덜랜드 등 가수들에 빠졌던 저자는 예술에 대한 열망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도 내던지고 현재 전업 칼럼니스트 겸 공연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71)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65년 전후. 특히 1966년 런던공연에서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의 한 아리아에서 9번의 하이C(3옥타브 도)를 불러 '하이C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전성기를 훌쩍 넘겨 은퇴 시기를 놓치면서 '오페라 스타라는 고급 이미지로 떼돈을 버는 스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어린 비서 출신 여자와 결혼한 것은 그의 이미지에 치명타였다.

가수들에 대한 짧지만 재이있는 설명도 눈길을 끈다. 티토 스키파에는 '노래의 하프시코드', 러처드 터커에는 '유대계 미국인 테너가 전하는 이탈리안 소울', 프리츠 분덜리히에는 '찬란한 미성은 헛디딘 계단에 쓰러지고', 레나타 테발디에는 '카리스마보다 강한 부드러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소개된 가수들의 대표곡을 담은 CD와 현재 활동 중인 남녀 성악가 340명의 개략적인 설명 등도 함께 실려있다.

각권 390쪽 내외. 각권 1만6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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