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부천신포니에타 정기연주회를 보고

자신감 있는 연주로 객석 압도 섬세함과 기술적 한계 아쉬움

부천지역에서 꾸준하게 연주회를 이어오고 있는 부천신포니에타의 제11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2일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연주회는 ‘화합의 콘서트’를 제목으로 남북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연주곡 중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은 첫곡으로 연주된 최성환 작품인 ‘아리랑’ 한 곡뿐이다. 북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남북합동오케스트라는 물론 국내 오케스트라들에 의해서도 몇차례 연주된 적이 있었던 이 곡의 연주를 통해, 이 연주회에 남북화합이란 의미가 혹 부여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 외적 명분보다는 지난해 정기연주회부터 이어진 동시대 작품을 한곡씩 포함시키는 시도 속에 이 작품 연주의 의미가 더 클 것이다. 오히려 남북화합의 의미가 있다면 연주회 프로그램 해설에 제시된 것처럼 ‘음악적 가치를 논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작품’으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창작된 작품들을 통해 음악적 고민을 심화시키는 예술 내적 계기로 작용할 때 그 가치가 존재할 것이다.

이준원의 지휘로 연주된 ‘아리랑’은 북한 연주단체에서 들을 수 있는 통속적이면서도 풍부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아리랑 선율의 완만한 굴곡이 노래하듯 여유롭게 그려지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객석이 어수선한 가운데서 연주됐지만,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압도하듯 이어나가면서도 파트간의 균형이 시종 적절하게 유지된 점이 안정된 음악을 이끌어 냈다. 다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 악곡에 보다 폭넓은 악상의 변화를 주었다면 좀더 인상적인 연주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아리랑’에서 가끔 드러났던 현파트의 거친 사운드는 이어진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8번’에서는 빈도가 늘어나며 이탈리안 바로크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을 어렵게 했다. 더불어 솔로 악기군과 합주군과의 대조, 그리고 두 독주 바이올린 간의 호흡 역시도 원활하지 못했고 오케스트라 역시 둔하게 움직이며 선율과 화성의 전개를 명료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연주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자리를 찾아갔지만 청중에게 호소력 있는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비교적 젊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 비해 경륜있는 두 독주 연주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연주를 이끌어 나갔으면 어떠했을까. 비발디 작품은 신포니에타 규모의 연주단체가 주력으로 삼기에 적합한 레퍼토리였다는 점에서 더 아쉬움이 크다.

1부 마지막은 바리톤 한경석과 소프라노 신윤정의 협연 순서로 모차르트·베르디·로시니 오페라 아리아가 연주됐다. 활발히 공연 활동을 펼치는 성악가들 답게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며 각각 두곡의 아리아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간혹 오케스트라의 포르테가 과도해 독창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신윤정이 ‘방금들린 그대 음성’에서 선보인 빠른 패시지의 부드러운 처리는 기교적으로도 완숙된 경지를 느낄 수 있게 했고 두 독창자들의 안정된 발성과 적절한 제스처는 청중들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한경석의 아리아 후에 객석 한곳에서 터져 나온 ‘브라보’ 외침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순서였다.

인터미션 후 2부에선 ‘베토벤 교향곡 1번’이 연주됐다. 바이올린이 여전히 빠른 악구에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관 파트는 매순간 적절한 음량과 효과적인 음색, 음악적 맥락이 고려된 연주로 악곡이 지닌 단단한 짜임새를 음악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지휘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피날레에서는 바이올린의 움직임도 날렵하게 이어졌고 시종 안정감을 잃지 않았던 다른 현파트도 청중들이 아쉽게 느끼지 않을 만한 베토벤을 조직하는데 힘을 보탰다.

전반적으로 이번 연주회에서 부천신포니에타는 의욕적이고 자신감있는 연주로 음악을 엮어가는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의 활동에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물론 연주 곳곳에서 섬세함과 기술적인 한계를 드러낸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날 연주회의 가장 큰 에러는 연주 안에 있지는 않은듯하다. 아마도 이는 2부 시작에 등장한 부천시장의 축사말씀이 아닐까. 행정기관과 예술단체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분명 무대가 아닌 곳에서 이뤄질 때 더 효과적이다. 시장 말씀이 굳이 1악장 서주가 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장인종 비평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