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안 쓰고 회사 다니는 법 뭡니까."
14일 방송된 SBS TV '연인'에 등장한 대사다. 정확히는 하강재(이서진 분)가 자신의 노트북 모니터에 대고 치는 문장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쳐 넣은 이 문장은 조직폭력배 두목에서 졸지에 회사원이 된 강재가 보고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궁여지책으로 인터넷의 도움을 구하는 설정. 코믹한 상황인데 심지어 강재는 처음에는 '보고서 안 쓰고 회사 다니는 법 뭐냐'라고 반말체로 문장을 썼다가 '뭡니까'라고 나름대로는 정중한 표현으로 바꿔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데 방송 직후 이 문장이 실제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곧바로 인터넷 검색창에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물론이고 그 아래로 댓글이 쏟아져 눈길을 끈다. 누리꾼들은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사장하면 됩니다'(아이디: itsme0154), '만만한 놈을 골라서 보고서 전용 꼬붕을 하나 만드십시오'(비공개), '하 두목님, 본업을 지키십시오. 자신의 천직은 따로 있습니다'(wkdgksk17), '출생의 비밀만 밝혀내면 회장님 빽으로 보고서 안 써도 됩니다'(borang777) 등의 아이디어와 함께 태산(이한), 창배(김뢰하), 강회장의 아내(양금석) 등 '연인'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쓴 내용들도 흥미롭다. 또한 엑셀을 이용해 직접 보고서 작성 형식을 띄운 누리꾼도 있다.
평균 시청률 15~17%를 보이는 '연인'은 30~40%대의 '주몽'이나 '열아홉 순정' 등에 비해서는 시청률 수치로는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예로 알수 있듯 누리꾼들을 통해 체감하는 '연인'의 인기는 상당하다. 특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을 거치며 한층 원숙해진 김은숙 작가의 탁월한 심리 묘사와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회자되면서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2003년 방송된 MBC TV '다모'가 10%대의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다모 폐인'을 만들어내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것이 떠오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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