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시켜 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부른 거야?”
안산시청 고위 공무원이 독백처럼 내뱉은 이 한마디가 안산시의회와 집행부를 급랭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21일 오후 제143회 정례회 2차 임시회를 개회한 시의회는 집행부가 상정한 예산(안) 심의를 비롯, ▲시설관리공단 문제 ▲특정 종교시설이 추진해 온 특목고 조례개정 문제 등을 놓고 의견들을 나눈 끝에 시설관리공단 문제는 가결시키고 특목고 조례개정 문제는 계류를 결정했다.
이날 시의회에는 특목고와 관련된 고위 공무원들 모두 업무와 관련 자리를 비웠고 시의원들은 해당 고위 공직자 참석을 요구했다. 뒤늦게 시의회에 출석한 고위 공직자는 특목고 조례개정 문제가 계류됐다는 사실을 알고 이처럼 짧고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회의장에서 이를 들은 시의원들은 흥분했고 결국 22일 열린 임시회에서 해당 상임위 소속 모 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시의회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집행부를 향해 대립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또 “시의회는 집행부 조례를 제정하는 독립적인 주민대표 기관”이라고 강조한 뒤 시장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결국 조율 끝에 부시장이 나서 진화했지만 이번 “집행부가 그동안 시의회에 갖고 있던 불만이 터졌다”는 지적과 함께 “시의회가 집행부를 향해 품고 있던 앙금이 동시에 터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의회 본회의장은 시의회와 집행부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한 시민의 충고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재원기자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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