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촬영을 마친 조재현이 곧장 연극 연습에 돌입했다.
조재현은 내년 1월25일부터 두 달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올려지는 극단 골목길의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에서 경숙이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다. 그로서는 김흥기 씨가 공연 도중 쓰러졌던 2004년 '에쿠우스' 공연 이후 3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 앞에 서는 셈.
26일 경기도 양평으로 MT를 떠난 조재현은 "MT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1월2일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다. 연출가 박근형 씨 작품으로서는 굉장히 오래 연습하는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근형 작ㆍ연출의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는 올해 대산문학상, 동아연극상, 올해의 연극상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 정도로 평단의 뜨거운 지지와 함께 관객에게도 사랑받았던 작품.
조재현은 "한 달 연습하고, 두 달 공연하는데 유료관객 95%가 들어왔을 때 비로소 500만 원을 받는다. 즉 석 달 일하고 500만 원을 받는 것"이라며 "드라마 '홍콩익스프레스'에 출연했을 때 최고 수준의 개런티를 받았는데 그때 당시 회당 출연료의 3분의1을 석 달 동안 받는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자신의 출연료까지 밝혀가며 "그럼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연극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문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연극이란 젊은 시절에나 즐기는 문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연극이 여전히 소중한 문화라는 걸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연극은 현재 척박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고픈 예술' '가난한 예술'로 인식돼온 연극은 점점 더 화려해지는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중.
"저 역시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로에 가 보면 연극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듯, 제가 무대에 섰을 때의 모습을 보고 배우가 됐다는 후배가 있습니다. 연극에는 TV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힘이 있어요. 펄펄 살아 있다는 생동감이 있다고 할까요."
1991년 연극 '에쿠우스'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조재현도 여느 연극배우 출신 못지않게 연극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언젠가 '에쿠우스' 연출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연극이 배우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처럼 관객에게도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해줄 수 있도록 이번 무대에서도 열과 성을 다할 겁니다."
한국전쟁 이후의 척박한 소시민의 일상을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덤덤히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에는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낯익은 연극배우 출신 박철민과 이한위 등이 조재현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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