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 밝힌 연예인들의 수상소감이 화제다. 1분 안팎의 짧은 수상소감에는 지난 한해동안 그들이 느꼈을 감정의 무늬들이 오롯이 담겼다.
‘황진이’로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하지원은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황진이로 살면서 너무나 행복했고 앞으로 더 겸손한 연기자가 되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한혜숙은 연기생활 36년차의 베테랑답게 “노병은 죽지 않았습니다”라는 묵직한 멘트로 감동을 선사했다.
2006년 최고의 한해를 보낸 ‘주몽’의 송일국은 개인적 소회보다는 책임감을 피력한 케이스. 그는 “주몽을 하면서 보람이 있다면 고구려 역사와 고대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왜곡을 바로잡는 데 주몽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SBS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김명민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저도 당신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기 후배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마세요”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자신의 연기력을 질책하는 겸손한 수상소감도 눈에 띄었다. ‘환상의 커플’로 지난해 말 최고의 히트 아이콘이 된 한예슬은 “무엇보다 연기경력도 얼마 되지 않고 연기력도 많이 갖추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저에게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SBS 연기대상에서 상을 탄 이훈은 “‘사랑과 야망’ 전에 제가 연기나 제대로 할 줄 아는 물건이었습니까?”라고 반문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드라마로 조연상을 수상한 전노민의 경우 연기자인 아내 김보연에게 바치는 헌사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30년 전 아내가 처음 상을 받았는데 30년이 지난 오늘 내가 그녀의 남편으로서 상을 받게 됐다”면서 “배우로서 부족한 저를 배우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애쓰는 아내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밝혔다.
남을 웃겨야 하는 숙명을 짊어진 개그맨들의 진솔한 수상소감 역시 짙은 여운을 남겼다. 정선희는 최근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한 후배를 거론하며 “김형은양이 너무 많이 아프다. 빨리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을 김형은양에게 바치겠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MBC 방송연예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개그맨 정성호는 “무명 8년에 상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었고 어머니가 심장이 안좋아 (시상식을) 보시지 말라고 했다”며 “사람이 오래됐다고 아이디어가 오래된 것은 아니다.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제대로 망가진’ CF 한편으로 시작해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탤런트 임채무는 특별상을 받으면서 동년배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사회에 사오정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때 상당히 비애를 느꼈습니다. 그 때 다짐했지요.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내 몸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데 사오정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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