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시장이 요즘?

신정을 앞둔 연휴 기간이었다. 고약한 인심 얘길 들었다. 선거사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서 수원시장 얘기다.

재판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그에 관심을 두고 화두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는 얘기를 하고자 할 뿐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라고 한다. 근래 유행된 몹쓸 말이다. 이렇게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기회를 넘보는 그런 사람 중엔 개인적으로 김 시장보다 친한 분도 있다. 김 시장이야 얼굴을 마주대고 앉아 얘기 한 번 나눈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공식석상에서 마주치면 스쳐가는 악수를 하는 정도다.

그런데 정말 못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누가 무슨 연판장을 돌리는데, 그래선 안 될 사람들이 서명을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꽁무니 빼거나 아니면 생색 내듯이 하는 족속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엔 ‘(시장님)아니면 못산다’할 만큼 해댄 위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도 염량세태라 할까, 언건 슬쩍 안면 바꾸기의 눈치 놀음이 심한 모양이다.

누굴 탓하겠나, 김 시장 본인의 잘못이다. 세 가지 잘못으로 재판을 받는 걸로 안다. 무슨 기관지를 법정 한도 넘게 찍어돌리고, 서울의 어느 행사장에 자신의 이름을 애드벌룬으로 띄워올리고, 선거공약 가운데 몇 개를 덜 했는데 다 마친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설령 본인은 모른 과실이 있었다 할지라도 당사자의 책임이 없다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뒤집어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법이 그렇게 됐으니까 죄가 되는 것이고 죄가 되니까 심판을 받겠지만, 그게 무슨 죽을 죄냐는 것이다. 죽을 죄가 되려면 적어도 당락에 영향을 주었어야 할 것이다. 배포되는 기관지를 눈여겨 보는 독자는 사실상 거의 없다. 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받아든 이의 짜증속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이 태반이다. 이런 것을 두고 아둔하게 시정 선전을 한답시고 마구 남발, 예산을 낭비한 죄가 죄라면 더 크다.

또 서울의 행사장 공중에 띄워올린 아무개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수원시장 선거에서 표를 찍었다고 볼 수 있는 유권자가 과연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흔 가지가 넘는 선거공약 가운데 몇 개는 안 한 것을 다 했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기도 하지만 과장이기도 하다. 단 몇 개의 수치가 틀리는 것도 용인되지 않을만큼 공명선거의 엄정을 요구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단 이 정도의 과장을 허위로 보는 판단이 특정인에게만 적용되는 가혹함이 없는 보편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김 시장은 이상하게도 전국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선거공약 몇 개 덜한 것을 다 했다고 거짓말 한 것이 당선이나 최다 득표를 한 요인이라고 할 순 있을 것 같진 않다.

선거판에서 남을 비방한 것도 돈을 뿌린 것도 아니다. 이런데도 위기에 처했다고 하고, 이래서 또 인심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 인심의 지레짐작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여기서 걱정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인심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아무개, 또 아무개 등 그 누구든 시장노릇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데 문제가 있다.

인간사회는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갈라질 수 있다. 이를 무시하면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또 인간사회는 지연 학연 혈연 등을 초월해 뭉칠 수가 있다.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생각을 말하고 싸울 때 싸우더라도 뭉칠 땐 뭉칠 줄 알아야 다 같이 산다. 상대를 벼랑으로 내몰면 다음 차례는 자신인 게 세상사 이치다.

만약 내가 김 시장 입장일 것 같으면 법 앞엔 이렇든 저렇든 겸손할지라도 강단은 잃지 않을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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