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거침없이…', 하이킥 날릴까

'야동'을 즐겨 보는 할아버지, 남편 몰래 모피 코트를 사입는 할머니, 먹어치우는 데 일등인 변덕스런 실업자 아들과 '폼' 잡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손자….

뭔가 하나씩 부족해 보이는 캐릭터지만 이들이 모인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월~금요일 오후 8시20분 방송)은 제목 그대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태세다.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상대 방송사 일일극이 버티고 선 저녁 시간대를 비집고 들어간 지 3개월. 성격이 분명한 캐릭터들이 입소문을 타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웃음에 감동, 가족이란 테두리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는 어디서 올까. 우선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세대를 아우르는 김병욱 PD의 장기가 다시 한번 시청자의 눈을 끈다.

'LA 아리랑'과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이상 SBS)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이어지는 김 PD의 인기 시트콤 릴레이에는 주로 3대가 총출동한다.

엉뚱하게 망가지는 할아버지ㆍ할머니에 뭔가 부실한 아들ㆍ딸 내외 캐릭터가 주를 이루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섞어내는 데 더없이 유용하다.

거듭된 실직에 상심한 남편(정준하)을 위해 병원 원내 방송을 신설하는 한의사 아내(박해미)나, 언제나 주눅든 것 같아 안쓰러운 아들 준하의 역한 방귀 냄새를 고치기 위해 매일 치료 일기를 쓰는 엄마(나문희), 아내(나문희)의 곱던 옛 모습을 추억하며 늙은 아내의 몸에서 'S라인'까지 읽어내는 남편(이순재)의 모습은 한 순간의 웃음에 날아가지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

◇무난한 에피소드는 가라

세태를 반영하는 에피소드들을 '거침없이' 담아내는 것도 '거침없이 하이킥'의 장점이다. 한의원 원장인 이순재가 몰래 '야동'을 보다 가족에게 들킨 일화가 방송된 직후 한국의 전통적인 아버지상에 충실했던 중견 연기자 이순재는 한순간에 '야동순재'로 명명돼 젊은 층의 입에 오르내렸다.

아프게 침을 맞고 돌아간 초등학생이 이순재에게 "영감탱 너나 잘하3 OTL 성질 캐안습"이라는 복수성 문자 메시지를 받고 둘째아들 민용(최민용)에게 해석을 부탁하는 에피소드 역시 아슬아슬하면서도 지상파방송에서는 보기 드문 웃음을 줬다.

나문희가 아들의 취업을 위해 며느리(박해미)가 집을 비운 틈을 타 집안에서 굿을 하다가 제대로 걸린 일화도, 전 부인 신지와 함께 사는 서민정과 어렵게 연애를 시작한 민용이 신지의 생일날 민정을 만났다가 혼자 쓸쓸하게 생일을 맞은 신지를 걱정하던 에피소드도 뻔하게 진행되다 마지막 반전으로 낡지 않은 스토리 전개를 선보였다.

◇연기자들의 새로움을 발굴하다

연기자들에게서 그간 발굴되지 않았거나 정체돼 있던 코믹한 면을 끌어낸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전작 '하늘이시여'(SBS)에서 못된 엄마 이미지로 각인된 박해미에게서 능력 있고 '쿨'한 며느리의 모습을, 서민정에게서는 순수하면서도 소심한 캐릭터를 한껏 뽑아낸 것이 호평으로 이어지는 것.

버라이어티쇼부터 연상시키는 정준하에게서 엽기적이고 진지한 이미지를 동시에 끌어내고 나문희에게서 튀지 않는 일상적인 코믹함을 살려내 누구 혼자만 튀지 않는 시트콤 특유의 균형을 맞췄다.

무엇보다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새로운 면을 알린 것은 이순재다. 주로 엄격한 아버지이자 덕 있는 스승의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서 왔던 이순재는 권위를 내세우지만 사실 능력있는 며느리에게 꼼짝도 못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벅벅 우기는 데 바쁜 캐릭터로 '거침없이 하이킥'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인기 요인에 힘입어 시청률도 상승세다. 13% 안팎(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이었던 시청률이 타사 인기 일일극이 종영된 현재 20%까지 근접해 '주몽'(MBC)을 제외한 방송3사의 평일 밤 10시대 드라마 시청률마저 앞선 상태다.

MBC가 타사 일일극과 맞불을 피하고 '일일극 직후 메인 뉴스'라는 시청 행태에 도전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실험이 어디까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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