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이트 벅스가 집계하는 가요 순위에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삽입곡으로 김아중이 부른 ‘마리아’가 4주째 1위를 차지했다(18일 집계 기준). 또 광고 음악인 이효리의 ‘애니스타’와 문근영의 ‘앤디자인’도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이들은 영상을 동반했으며 CF라는 통로를 통해 대중과 접촉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의 인기는 영상 매체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요계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부정적 파장도 우려되고 있다.
‘마리아’가 인기를 끈 것은 500만 관객 이상을 모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에 따른 현상이다. 그러나 보통 영화음악들이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한 뒤부터 서서히 관심을 받는 것과 달리 ‘마리아’는 영화 개봉(지난해 12월14일) 직후부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는 독특한 마케팅의 영향이 컸다.
홍보사측은 “노래가 영화의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였기 때문에 미리 음악 프로모션을 구상했는데 마침 김아중씨가 출연하던 샴푸 광고 컨셉트가 영화와 맞아떨어져 CF음악으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마리아’는 영화 개봉 전 두 달간 CF를 통해 귀에 익은 노래로 자리잡았고 이후 김아중이 직접 불렀다는 점이 화제가 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
또 1월 둘째주 벅스차트에서 나란히 5,6위를 차지했던 이효리의 ‘애니스타’와 문근영의 ‘앤디자인’은 각각 삼성전자와 KTF의 광고를 위해 제작된 음악들이다. 광고 음악이 하나의 노래로서 인기를 끈 것은 2005년 역시 이효리가 삼성전자 CF에서 부른 ‘애니모션’이 먼저다.
당시 광고는 이효리와 에릭이 등장한 뮤직드라마를 CF와 온라인으로 연재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았다. ‘애니스타’ 역시 이효리와 이준기가 출연하는 뮤직드라마로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앤디자인’도 이와 유사한 방식에다 ‘문근영의 섹시 변신’이라는 화젯거리까지 내세워 시선 끌기에 나선 경우. 거기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를 표절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지자 관심은 더 커졌고 검색 및 다운로드 순위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노래 자체에 대한 관심,즉 대중성과 음악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음악 관계자들은 네티즌들이 화제성 음악을 다운받는 것은 인기 검색어 1∼10위를 차례로 눌러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음반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가요 제작자로서는 다운로드 수익을 무시할 수 없고,특이한 기획으로 성공한 노래들을 그냥 보아넘기기 어렵다는 점.
뮤직팜 강태규 이사는 “대자본의 마케팅,이벤트 등과 맞물린 노래들이 가요 순위를 차지하면 제작자들은 아무래도 그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면서 “웬만한 용기 없이는 음악성으로 승부하거나 신인을 내세우는 음악을 제작할 수 없고 그 경향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음악평론가 박준흠씨는 “요즘 기능성 음악,화제성 음악이 관심을 끈다고 해서 이쪽으로 몰린다면 음악시장은 공멸할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어렵더라도 음악성 높은 가요들을 꾸준히 내놓아야 음악 소비층을 다시 불러모아 시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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