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저녁 5시 서울 동숭동 대학로 씨어터일에서 열린 ‘마강호텔’ 제작보고회는 솔직했다. 최성철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김석훈 김성은 박희진 우현까지, 참석자들은 모두 영화 촬영 당시를 회고하며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간담회의 화젯거리는 단연 김성은의 무쇠 주먹(?)이었다.
윤종신의 사회로 진행된 미니 토크쇼 형식의 간담회에 앞서 촬영과정의 면면을 보여주는 특별영상 베스트5가 공개됐다.
김성은,운동으로 다져진 ‘기운 센’ 천하장사?
이 가운데 김석훈이 김성은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이 5위에 올랐다. 동영상으로 봐도 김성은의 손은 맵게 느껴졌고 여러차례 얼굴을 맞은 김석훈의 표정은 굳어졌다.
김석훈은 “아니 이게 왜 5위냐. 1위나 2위에 올랐어야 한다. 내가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맞아본 것을 1∼20 등급으로 나누면 1∼17위가 남자, 18∼20위가 여자인데 1,2 등급 정도로 맞았다. 남자라 해도 센 손바닥 힘이다. 너무 아퍼서 열 받을 정도였다”며 순위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석훈의 쌓인 울분은 그 정도의 하소연으로 부족했다. “성은씨에게 전화하면 돌아오는 말이 ‘운동하러 가려구요’ ‘운동하고 있어요’ ‘운동하고 왔어요’ 중의 하나다. 좋은 몸매 유지하려고 운동을 많이 하는 모양인데 운동으로 키운 힘을 나에게 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성은은 “오빠를 위해 한 번에 가려고 세게 때렸다. 그런데 카메라 앵글 등의 문제가 있어서 한 번에 끝나지는 않더라. 연기 잘하려고 한 건데 어떡하냐”며 약을 올렸다.
윤종신도 “김석훈이 때리기 좋은 뺨을 가졌다”고 거들었고, 박희진도 “김석훈씨가 뒤끝이 있더라. 그 때 맞은 여파가 영화 작업 중반부까지 가더라. 성은이가 나에게 상담을 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속좁은 남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김석훈이 대응에 나섰다. “딱 맞으면 확 화가 날 때가 있지 않느냐. 연기고 뭐고 간에 어찌나 아픈지 화가 났다. 김성은씨 손 발이 엄청 크다. 그 큰 손으로 때렸다. 그리고 평소에도 손 버릇 좋지 않아 말할 때 툭툭 친다. 본인은 툭툭 치는 거지만 맞는 사람은 아프다. 이 자리를 빌어 고쳐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얌전한 듯 하면서도 다소 엉뚱하고 솔직한 김성은의 대답이 옥신각신하던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나름대로 한 애정 표현인데 싫어하더라구요.”
김성은의 두 가지 얼굴?
4위에 오른 건 길용이를 흉내낸 금색 근육 복장. 포스터 촬영 당시의 영상이었다.
박희진이 먼저 “우리 같은 개그맨들은 몸에 딱 붙는 컨셉이다. 그런데 김석훈씨와 김성은은 민망해 하더라. 특히 성은씨는 탈의실에선 민망해서 못 입겠다고 엄살을 부리더니 촬영이 시작되자 자기만 길용이스럽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성은도 “거울을 보니 탈의실에서 못 나겠더라. 울 뻔했다. 다들 거짓말로 예쁘다고 위로해줘 용기를 냈다. 막상 찍을 땐 즐겁게 촬영했다”며 맞장구쳤다.
최 감독 “연기자 편한 것보다 관객들 즐거운 게 우선”
3위에는 우현이 남성용 소변기에서 물벼락을 맞는 장면이 선택됐다. 윤종신이 질문을 안 해줬으면 하며 줄곧 눈길을 피하던 우현이 피해갈 수 없는 순서였다.
우현은 “김성은씨 손도 셌지만 물의 세기가 굉장하더라.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똥독이 올라 기절했을 것이다. 여름이라 시원하게 찍었던 기억이 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박희진은 쑥쓰러워하는 우현을 대신해 “우현씨는 주로 임팩트 강한 연기를 하시지만, 평소엔 의젓하고 좋은 분이시다. 말수가 적고 점잖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윤종신이 다른 연기자들에게 힘들었던 장면을 물었다. 김성은이 나선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장면이 있는데 힘들었다. 땅이 묻혀있는 장면에선 개미가 다가오는데 쫓지도 못하고 답답했다.”
박희진도 “와이어 액션이라는 게 그냥 줄에 매달려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아니더라. 1시간 넘게 촬영하다보니 성은씨는 눈 부근의 실핏줄이 다 터졌다. 그런데 호텔 리어들의 라이벌 격인 조폭들은 이런 장면이 없었다. 김석훈씨가 촬영장을 오가며 ‘잘 돼가? 밥 먹고 하지, 너무 열심히들 찍으시네’하며 깐죽거리더라”라며 당시 생각이 나는 지 김석훈을 향해 눈을 흘겼다.
윤종신이 최성철 감독에게 출연자들을 많이 괴롭힌 것 같다고 묻자 “연기자가 편한 것보다 관객들이 즐거운 게 우선이다”라고 말해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솔직대담한 베드신·키스신 이야기
2위는 김성은이 주도하는 베드 신이 올랐다.
김성은이 “영화도 처음이고 베드 신도 처음이었다. 근데 첫날 찍어 고생이 더 심했다. 석훈 오빠와 친하지도 않을 때였는데 찍고 친해졌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은 “김성은씨 성격인가 보더라. 처음엔 빼다가 나중엔 적극적이다. 처음엔 노출에 신경을 쓰더니 3번째 테이크 넘어가니까 적극적으로 임하더라. 촬영 막바지에 비슷한 장면 있었는데 코디네이터들을 닦달해가며 조금 더 벗겨달라고 주문하더라. 덕분에 적당한 수준의 노출 장면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김석훈이 “성은씨가 주도하는 거라 나는 손이 편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찍다보니 치마가 자꾸 올라가기에 계속 내려줬다”고 말하자 김성은도 “굉장히 고마웠다. 힘든 장면 많은데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 즐겁게 찍었다”고 호응했다.
키스신 얘기도 나왔다. 상대역인 김석훈이 “키스할 생각 없이 있다가 당하는 장면이었다. 성은씨가 키스가 처음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김성은은 “드라마에선 입만 마주대는데 영화에선 진짜로 해야한다고 겁을 줘서 잔뜩 긴장했다. 나는 진짜로 하는데 오빠가 가만히 있어서 당황스러웠다”고 푸념하자 김석훈은 “나는 그래야 하는 설정이었다. 마지막 키스 장면은 좋은 분위기로 찍었다”고 맞받아쳤다.
박희진도 “수염이 있는 분들은 좀 깎고 해줬으면 좋겠다. 파트너인 조경훈씨가 전체적으로 수염이 있는 분인데 따까웠다. 나로선 첫 키스신인데 나는 밥 먹을 거 다 먹고 편하게 임했는데, 조경훈씨는 저녁식사 하나도 하지 않고 껌 씹고 목캔디 먹으며 준비했다더라. 참고로 두 주인공의 키스신과 달리 우리 키스는 코믹하게 나온다”
동방신기도 울고간 마강신기?
1위에 오른 건 호텔을 살리기 위해 호텔리어들과 조폭들이 힘을 합해 마련한 이벤트 장면. 출연자들이 동방신기를 흉내낸 ‘마강신기’로 등장한다. 영웅재중을 본딴 우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처음 대본에는 그 장면이 없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 들어 있었는데 ‘나는 아니겠지’ 싶었다. 내가 영웅재중을 연기해야 한다는 감독님 말씀에 처음엔 ‘말이 되느냐, 내가 어떻게 동방신기를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배우의 마인드라는 게 ‘시키면 한다, 영화를 위해선 한다’이다. 열심히만 했다.”
우현의 겸손에 김성은이 “총 다섯 분 중에 가장 유연했다”고 칭찬하자 박희진도 “실제로 춤을 잘 춘다. 특히 가수 비의 춤을 잘 춘다”고 거들었다.
“보시고 따뜻했으면 하는 작은 욕심”
윤종신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제작보고회. 최성철 감독이 밝힌 연출의 변으로 마감됐다.
“마강호텔은 코미디 영화다. 관객을 웃게 하는 색깔이 다양할 순 있겠으나 적어도 억지로 웃기려고는 하지 않았다. 연기자분들이 열심히 해주니까, 어떻게 하면 그걸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보고 따뜻했으면, 행복했으면 하는 작은 욕심은 냈다. 조폭 코미디라기보다는 서로 상황이 다른 사람들(호텔 리어:조폭)이 서로 오해하고 서로 미워하다 서로 이해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해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마강호텔’은 구조조정 당한 조폭들이 마지막 살길을 찾기 위해 떼인 돈 받으러 마강호텔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돈을 받아내려는 ‘형님’들과 호텔을 지키려는 호텔 리어들의 반목과 대결, 그리고 마강호텔이 양측 모두의 ‘마지막 밥줄’이라는 인식 하에 서로 돕는 과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이 영화는 오는 22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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