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환우 위안의 밤’ 인순이 공연을 보고

조명과 백댄서, 훌륭한 음향이 갖춰진 방송을 통해 본 가수 인순이는 열정 덩어리였지만 조건 없이 텅빈 무대 위의 가수 인순이는 언제 어디서나 콘서트가 가능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지난 6일 오후 수원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원장 차영미 글라라 수녀)은 개원 제40주년 및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기념 ‘환우 위안의 밤 행사’를 열었다.

병실과 치료실만 있는 줄 알았던 성빈센트병원 별관 5층에 가면 객석 600여석을 갖춘 공연장이 있다. 이날 공연장은 환자와 노인들 그리고 각계 유명 인사, 관객 등으로 빼곡이 채워지고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은 객석 주위 복도에 둘러 섰다. 이들의 목적은 가수 인순이를 보기 위해서 였다.

별관 꼭대기 층에 위치한 공연장에 가면서 여기저기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꼭대기까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는 1대뿐인데 유명 인사들을 위해 대기중이어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3층까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머지 3층부터 5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했기 때문이다. “헉! 힘들어서 어떻게 걸어올라가”하면서도 낑낑대며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들은 500여명 정도.

객석도 많은 관객을 감당하기에 미흡했고 음향도 연신 “웅웅”댔지만 VIP석을 객석 중간쯤으로 잡아 환우들을 제일 앞자리로 앉힌 주최측의 자세가 보기 좋았다. 차영미 원장, 이용훈 주교, 김문수 도지사 등의 인사말 등 짧은 식순이 지나고 드디어 인순이가 소개됐다.

학예회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텅빈 무대 위 거추장스러운 그랜드 피아노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특별한 조명도 없는 상태에 백댄서도 없이 인순이 혼자 무대에 선다면 어색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은 잠시, 간결한 반주에 맞춘 인순이의 걸출한 목소리와 함께 ‘Fly me to the moon’을 부르며 등장했다.

감칠나는 가벼운 몸동작을 보이며 인순이가 무대 가운데 서자 언제 그랬냐는듯 조금씩 객석의 불만은 사라졌다. 인순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뒤늦게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들로 객석은 700여명에 달했다. 첫 노래에 이어 ‘님은 먼 곳에’, ‘무인도’ 등 다양한 세대들의 귀에 익은 노래들이 퍼져나갔다. 반주에서 쿵쿵쿵 거리는 음향과 함께 인순이의 강렬한 목소리가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리면서 흥분은 고조됐다. 손에 꼽을만큼 몇곳에서 음이 플랫된 것을 빼면 마치 음반을 틀어놓은듯 인순이의 노래는 거의 완벽했다.

한동안 노래를 부르던 인순이가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어릴 적 추억과 젊을 적 개다리 춤, 17인치 교복, 야전 전축 등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입담에 관객들은 연방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과거로 돌아가면서 느끼는 행복한 감흥을 느끼고 있었다. 1∼2곡 부르고 자리를 떠날 줄 알았던 그의 공연은 흡사 콘서트에 가까웠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객석을 차지한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는 ‘사랑가’와 같은 국악부터 ‘사공의 뱃노래’, ‘소양강 처녀’ 등 트롯트, 그의 신곡 ‘열정’ 등 신세대풍의 가요까지 신나게 불러댔다. 10여곡을 연달아 부르면서도 지치지도 않는지 끝까지 힘을 다하던 그가 갑자기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이라이트는 하얀 옷을 입은 한 수녀와 함께 춘 인순이의 춤 대결. 공연이 극에 달했을 때 객석의 관객들은 경악할 정도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갑자기 시작된 인순이의 공연은 예정된 1시간을 조금 넘은 1시간 20여분동안 진행됐지만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자리를 떴다. 다시 힘들게 북적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관객들은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즐거움에 “인순이는 프로”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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