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사회’ 박희진 “천명 관객 코미디쇼도 이보단 덜 떨려요”

스크린 데뷔작 ‘마강호텔’의 시사회에 임하는 박희진의 자세가 남다르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신촌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에 개그우먼 박희진이 아닌 영화배우 박희진으로 참석한 그녀는 상영 전 무대인사를 위해 빨간 드레스, 시사 후 간담회를 위해서는 금빛이 배색된 검정 드레스를 준비했다.

“천명 관객 코미디보다 더 떨려요”

박희진은 무대인사에서 “1000명 관객 앞에서 코미디 쇼를 해본 적도 있는데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다.그만큼 스크린 데뷔작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인 것 같다. 따뜻한 영화다. 마음을 열고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박희진은 중국 옌볜 출신의 호텔리어로 등장해 조폭들과 대결을 벌이다 애정 전선을 형성하는 정은 역을 맡았다. 까메오 출연이 아닌 정식 배우로 등장하는 자신의 첫 작품을 본 소감은 어떨까.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떻게 평가해 주실 지 기대가 크다. 까메오 출연도 많이 했고, 영화 관련 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단편영화도 40여편 출연한 바 있지만 정식으로 데뷔한다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이다. 기술 시사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떨린 마음으로 갔다가 웃으면서 헤어졌다. 가수들도 음반 작업 끝나면 후회한다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저 부분에서 강약을 줄 걸, 좀더 웃길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한다.”

“옌볜 처녀,애초 설정이었습니다”

데뷔작에 아쉬움과 만족감을 드러낸 박희진, 차기작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만약 차기작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너무 좋겠다.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은 바램이 있다. 아직 대작은 자신 없고 작은 ‘사이즈’의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능청스럽게 옌볜 사투리를 구사하는 호텔리어. 처음부터 옌볜 처녀였을까, 박희진이 캐스팅 됐기에 옌볜 출신으로 수정됐을까.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캐릭터였다. 오히려 내가 감독님께 영화에도 많이 나왔고, TV에도 많이 노출돼 옌볜 사투리가 식상할 수 있는데 바꿔보는 건 어떠냐 제안했다. 안성댁 캐릭터를 만들었듯,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오겠다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감독님은 나에게 아주 많이 코믹적인 걸 요구하지 않으셨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순박한 옌볜 처녀, 망해가는 호텔을 지키고 있는 의리있는 아가씨를 원하셨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개그우먼이 아닌 하나의 배우로 대해주신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백마강 호텔, 강물 흐르듯 유유히 웃겨

‘마강 호텔’은 사실 ‘백마강 호텔’이다. ‘풀 네임’을 알았을 때 오는 재미가 만만찮다. 기울어진 호텔의 속사정을 말해주듯 간판의 첫 글자가 기울어져 버렸고 불도 나갔다.

영화는 제작보고회에서 “억지로 웃기지는 않겠다”는 최석철 감독의 말처럼 억지로 웃기지 않는다. 우스운 표정이나 동작이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내는 재미로 관객들을 쏠쏠히 웃긴다. 양대 라이벌 조직의 합병, 그로 인한 정리해고, 마지막 살길을 위해 자존심을 접고 ‘떼인 돈 받아주는’ 대부업에 나서는 조폭, 돈 받으러 간 호텔에서 돈 못 준다고 버티는 호텔리어들과 벌이는 갖가지 대결, 돈 받아보겠다고 망해가는 호텔 살리기에 나선 조폭 등의 상황에서 자연스레 웃음이 생산된다.

물론 ‘대박’ 웃기지는 않는다. 실패해서 그 모양이 된 게 아니라 감독의 의도다. 잔잔하게, 끊임없이 따뜻한 웃음을 이어간다. 마치 백마강 강물처럼. ‘현실이 아니니 그저 편안하게 웃으세요’라는 뜻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어 호주의 ‘캥거루 주의’를 변용한 ‘타조 주의’ 간판을 한국 도로에 세워두는 최 감독. 생뚱 맞다는 비판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여유롭게 ‘의도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답게 ‘애초 생각했던대로’ 몰아치치 않고 차근차근 웃긴다.

2월22일 개봉 날짜처럼 22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홍보업체 실장의 말이 현실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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