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뒤범벅 코미디 '마강호텔'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조폭, 즉 조직폭력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주제인가 보다. 현실에서는 무시무시한 조폭이 영화 속에서는 여전히 희화화의 대상이다.

'마강호텔'(감독 최성철, 제작 마인엔터테인먼트)은 조폭 코미디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수룩한 행동, 틀에 박힌 사투리의 향연에 적당한 멜로까지 섞여 있다. 주요 캐릭터들의 아픈 과거까지 거드는 데다 여기에 욕심이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가 덧칠해진다. 특히 신랄한 욕과 서툰 사투리를 통해 즉각적인 웃음을 얻으려는 안이함은 뒷맛을 영 씁쓸하게 한다.

누군가를 웃기는 건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다. 조폭 코미디 영화의 경우 그 장르 자체로 인해 온전한 평가를 받기 힘든 상황이지만 관객이 꾸준히 찾는 건 그래도 웃을 수 있다는 점 때문. 웃음의 짜임새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이 영화가 보여준다.

구역을 놓고 늘 맞서왔던 두 조직이 구조조정의 찬바람을 맞아 통폐합된다. 그 과정에서 무상파의 넘버2 대행(김석훈)은 골프 치다 벼락 맞은 보스의 공백으로 상대파에 내몰린다. 부하 달수(조상기)와 프락치로 합류한 상대파 조직원 두 명과 향한 곳은 조직의 돈을 갚지 못하고 있는 백마강 호텔.

지역 폭력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호텔 여사장 민아(김성은)는 대행을 자신이 고용한 해결사로 착각한다. 그러다 대행 일행이 서울에서 돈을 받으러 온 조직폭력배라는 걸 알고 이들과 맞선다.

비교적 큰 규모의 호텔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민아를 포함해 지배인 중건(우현), 옌볜 출신 정은(박희진), 그리고 말 없는 요리사 등 고작 네 명.

대행 일행이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을 내몰자 호텔리어(?)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항한다.

대행은 돈을 꾸기 위해 아버지의 후배를 만나 모욕을 당하는 민아를 구해준 뒤 원수처럼 지냈던 이들에게 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다른 조직원들도 마찬가지. 생전 처음 제대로 된 일을 해보며 뭔가 새로운 맛에 빠져든다.

우연한 사고로 단체 투숙객이 몰려들어 돈을 벌게 되자 민아는 "이렇게만 계속 손님이 든다면 돈을 갚을 수 있다"고 말하고 대행 일행은 호텔 홍보를 위해 발벗고 나선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서울에서 대행을 압박하고 대행은 선택의 지점에 선다.

모처럼 영화에 출연한 김석훈이 뽀글뽀글 퍼머머리를 하고 춤을 추며 노래까지 부르는 등 애를 썼지만 겉도는 그의 사투리처럼 어색하다.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김성은은 홀로 떼어 놓고 본다면 무리 없어 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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