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날리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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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鳶)날리기는 대표적인 겨울철 민속놀이다. 보통 가을 농사일이 끝나면 농촌 소년들은 연을 날리기 시작했다. 북쪽 지방에선 늦가을부터 연을 날리지만 중남부 지역에선 섣달 하순부터 날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연을 날리는 시기는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다. 연을 날릴 때 소년들은 자기가 태어난 연월일을 연에 써서 하늘 높이 날린 뒤 연줄을 끊어 연이 멀리 날아가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그해 자기에게 올 액운을 날려 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연을 ‘액막이연’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연을 날리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이 문헌에 등장한 것은 삼국시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647년 신라 진덕여왕이 즉위하던 당시 대신이었던 비담과 영종이 반란을 일으켜 김유신이 관군을 이끌고 이들과 대치하게 됐다. 어느 날 밤중에 큰 별이 관군이 있는 성 쪽으로 떨어져 반군은 여왕이 패전할 조짐이라며 승기를 잡으려 했다. 이때 김유신이 관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허수아비를 만들어 불을 붙인 뒤 연에 매달아 하늘에 날려 보냈다. 떨어졌던 별이 다시 날아 올라가는 듯이 보이게 한 김유신의 전략은 관군의 사기를 추슬렀고 난을 진압했다.

충무공 이순신도 임진왜란 때 섬과 섬, 섬과 육지로 떨어져 있는 군사들이 서로 연락하는 통신수단으로 연을 활용했다. 바로 ‘이 충무공 전술비연’이다. 일반인들이 연날리기를 하게된 때는 조선 후기 영조 무렵이다. 그 시절에 연날리기는 궁에서만 하는 놀이였는데 정승 판서들이 모여 연날리기를 하는 도중 한 정승이 올린 연이 밭에 떨어졌다. 농부가 연을 발견해 정승에게 바쳤으나 정승은 흙 묻은 연을 농부에게 주었다. 마을에 돌아온 농부가 연을 날려보니 매우 즐거웠다. 그때부터 일반인들도 연날리기를 즐기게 됐다고 한다.

바람을 이용하여 푸른 창공에 꿈을 올리는 연날리기는 단순한 놀이라기보단 호쾌하고 낭만적이다. 지금도 각 지역마다 연날리기대회가 축제처럼 열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예전에는 주로 청소년들이 마을 뒷동산이나 벌판에서 연을 날렸지만 요즘은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놀이가 되었다. 도시의 공원 같은 곳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들, 딸과 함께 연날리기를 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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