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回春…젊어지며 폭넓은 인기

중장년층 대중문화로만 여겼던 트로트가 견고한 10∼20대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이 자신들 세대를 겨냥해 트로트 앨범을 내는가 하면 직접 작사 작곡한 트로트를 들고 나온 신인 가수까지 소비층을 10∼20대까지 확대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고 있는 것.

2월28일 인터넷 교보문고(구 핫트랙스), 오이뮤직 등의 주간 음반 판매 순위에서 ‘슈퍼주니어-T(사진 오른쪽)’의 싱글 ‘로꾸거’가 1위를 기록했다. 슈퍼주니어-T는 13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중 6명이 별도로 구성한 트로트 그룹. 거꾸로라는 단어를 역순으로 표기한 ‘로꾸거’는 이들이 낸 첫 번째 싱글 수록곡으로 신나는 트로트 음악이다.

트로트가 중장년층 가수의 전유물에서 벗어난 것은 2004년 장윤정의 ‘어머나’가 히트를 치면서부터였다. 이후 LPG, 뚜띠, 아이리스 등 여성 트로트 그룹들이 쏟아졌고 남자 가수 박현빈, ‘트로트계의 이효리’라 불린 예진 등이 신세대 트로트 가수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노래의 주 소비층은 여전히 4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고 10∼30대에서는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10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아이돌 가수가 트로트 앨범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슈퍼주니어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김은아 팀장은 ‘로꾸거’를 기획한 계기에 대해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지난해 한 방송 프로에서 트로트를 불렀다가 팬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자 본격적으로 앨범을 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부모와 10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노래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또 요즘 10대들은 예전과 달리 트로트를 고리타분하다기보다는 재미있게 여기는 경향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설 연휴에 개봉한 영화 ‘복면달호’의 주제가로 차태현이 부른 트로트 ‘이차선 다리’도 세대 구분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 포털 벅스의 2월28일자 세대별 순위에서 이 노래는 10대에서 37위, 20대에서 26위, 30대에서 36위를 차지했다. 10∼30대별 50위권 순위 안에 트로트가 진입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록은 폼나고 트로트는 창피하다”는 편견을 가졌던 가수 지망생이 트로트 가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내용과 맞물리면서 젊은 세대에게 선입견 없이 다가갔던 것.

그런가하면 ‘투가이스(사진 왼쪽)’라는 신인 남성 듀오는 직접 작사 작곡한 트로트 앨범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히트한 트로트들은 가수는 젊다해도 만든 이는 트로트계의 이름난 작곡가 몇몇에 한정됐었다. 이와 달리 투가이스의 멤버 이성훈·김민진은 이번 앨범 ‘미치도록’에서 리메이크곡 둘을 제외한 전곡을 자신들이 만들었다. ‘이차선 다리’의 작사, 작곡가들이기도 한 이들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창법은 트로트로 하되 멜로디와 가사는 발라드와 구분하기 어렵도록 세련되게 만드는 전략을 썼다고.

대중음악평론가 박준흠씨는 “장윤정 이후 트로트 가수들이 음반보다는 공연시장의 중장년층 구매자들을 노리고 나왔다면 슈퍼주니어 이후의 현상은 조금 다른 모습”이라며 “이같은 국면이 10대와 중장년층으로 나뉘어졌던 가요 소비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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