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로 넘어가면서 더이상 음악을 안듣는 사람이 많아요. 방송에서 들려주는 음악이 정서에 안맞기 때문이죠. 그런 이들에게 하루 20분 정도만 인터넷으로 음악을 검색해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인디·언더 음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찾아보면 정서를 채워주는 음악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지난 6일 열린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대상격인 ‘올해의 앨범’상과 ‘최우수 모던록 앨범’상을 받은 스왈로우의 이기용(35)의 소감이다. 스왈로우는 록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더인 그가 혼자 만든 프로젝트밴드로 이번에 상을 받은 앨범은 2005년 11월에 나온 스왈로우 2집 ‘아레스코’. 서울 홍대 앞 그의 음반사 ‘샤레이블’ 사무실에서 8일 만난 그는 “발표한 지 워낙 오래돼 수상을 짐작도 못했다”면서 “아쉽게도 묻히겠다 싶었던 앨범이 인정받아 더 기쁘다”고 말했다.
얘기는 금세 한국 대중음악계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갔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작들에 대해 ‘그게 어떻게 대중음악이냐 언더 음악이지’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더군요. 그렇다면 지금 대중음악이라 불리는 것들은 정말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일까요? 방송사 PD와 대형기획사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이 아니고요? 전 그런 음악밖에 들을 기회가 없는 대중들은 감성을 차단당한 피해자라고 봐요.”
열변을 토하던 그는 “사실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끊었다. “제 음악 얘기를 해야 하는데…”라며 화제를 바꿨지만 이후 대화중에도 가요계 현실 비판은 자꾸 비어져 나왔다. 1995년 홍대 앞에서 언더그라운드로 시작해 12년간 음악을 해오면서 켜켜이 쌓였을 답답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스왈로우의 음악에 대해 그는 “허클베리핀이 사회와 부딪히면서 느낀 좌절, 분노 등을 조금 강한 록으로 분출한다면 스왈로우는 개인적인 추억, 그리움, 상상, 꿈을 부드러운 록과 포크로 노래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아레스코’의 노래들은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수록곡 중 ‘몇 세기 전의 사람을 만나고’라는 노래에 대해 “먼 옛날에도 나와 밤새 이야기할 만큼 마음이 맞는 사람이 존재했을 거란 생각과 바람을 타고 그를 만나러 가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표정은 행복한 꿈을 꾸는 듯했다.
“음악을 한다는 게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표현하고 싶은 멜로디와 가사가 나왔을 때의 희열은 이 직업만의 매력”이라는 이기용. 그러나 그렇게 만든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또다른 어려움이었다. 허클베리핀 3집을 내줄 음반사를 찾지 못해 2004년 ‘샤레이블’을 직접 차렸고, 프로듀싱, 믹싱을 배우고 장비를 하나씩 장만하면서 철처한 ‘홈레코딩’ 시스템으로 녹음을 해왔다. 그렇게 비용을 줄였지만 수익은 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계속된다. 지난 1월 허클베리핀 4집 맛보기 싱글을 냈고 오는 6월 4집을 내고 공연도 할 예정.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간명하게 답했다. “좋고 재미있으니까요. 전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어느날 그 욕망이 사라진다면 그만 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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