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바람에 됐다”고들 말했다. “사람으로 보면 진대제가 못할 것도 없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이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는 얘기가 된다.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가 당선됐을 당시에 나돈 선거 민심이 이랬다.
그런데 이즈음 들어 “진대제 같으면 안 그럴 건데…”하는 소리가 가끔 나온다. 도청안에서도 그런다. ‘꼴통’이라고 하는 소리도 들려 정확한 낱말 풀이를 알기위해 국어대사전을 찾아 보았다. 흔히 쓰이는 말이긴 한데 사전에는 안 나왔다. “하필이면 노무현 대통령을 닮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다. 그런가 싶더니 한 인터넷 언론에서 “김문수 ‘제2 노무현 꿈’ 돌입… 도 혈세 쏟아붓기”라는 보도가 있었다. ‘혈세를 쏟아 붓는다’는 건 잘 모르겠다. ‘노무현 꿈 돌입’은 ‘노무현을 닮아간다’는 말이 연상된다.
심리학에 ‘내적귀인’과 ‘외적귀인’이란 게 있다. 앞말은 잘 된 것은 다 내탓이고, 뒷말은 안 된 것은 다 남탓으로 돌리는 심리 현상이다. 아마 이 점에서 노 대통령과 닮았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허구적 독선’이란 것도 있다. 정리되지 않은 가공적 결론을 우격다짐으로 우기는 것이다. 완력있는 사람이 ‘허구적 독선’에 빠지면 폭력형이고, 돈있는 사람이 그러면 금전형이 되고, 권세있는 사람이 그러하면 권력형이 되는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가 권력형의 ‘허구적 독선’에 빠졌는지, 안 그런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이런 건 있다. ‘소리는 요란한데 눈에 보이는 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 지사의 공과를 따지기엔 아직 이르다. 선거공약중엔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법령 개정, 비수도권의 반발, 수 조원대의 재원 조달 등 걸림돌이 많아 해법 찾기가 난감하단 말은 ‘도지사직 인수위’의 인수단계에서 부터 나왔지만 더 두고 볼 일이다. ‘소리가 요란하다’는 말은 또 업무스타일을 둔 얘기일 것 같다.
예컨대 김 지사가 바지런한 건 사실이다. 산하조직 등 이런 저런 현장에 많이 다닌다. 많이 다니긴 한데, 갔다하면 사람들 속을 긁어 뒤집어놓고 만다. 아예 안 온 것보다 못하단 말이 이래서 나오곤 한다. 물론 잘 하라는 말이고, 말인즉슨 맞는 말이지만 그도 말하기 나름이다. ‘잘하지 못하겠으면 그만 두라’거나 아니면 ‘폐쇄하겠다’는 투가 능사는 아니다. 충격 요법도 한두 번이지 상습벽이어서는 되레 경망스럽게 보인다.
원래부터 지역사회의 공공조직을 믿지 못해 이토록 무시해대는 것으로 보이는 기색이 만약 그의 본심이라면 고약해도 아주 고약하다. 측근을 11명이나 요직에 무더기로 정실 임용했다. 도 산하 단체장은 깡그리 외인부대로 채웠다. 그 자신이 “일류들만 모였다”고 자화자찬한 적이 있다. 일류 감독이 일류 선수 출신인 것만은 아니다. 도립 예술단의 난맥상이 김 지사의 잘못된 일류병 인식에 기인한다. 일류 단체장들은 또 뭐하는지 모르겠다. 정실 임용된 측근들이 각별히 기여하는 게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인사에서 용빼는 재주를 부릴듯이 해보인 시작이 용두사미로 그치면 이무기보다 못하다.
곱지않은 말에 대해 더 얘기할 차례인 것 같다. 두 가지 사례만 들겠다. 연천선사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돌 쪼가리나 고인돌 조각을 누가 보러 오겠느냐”고 한 것은 할 소리가 아니다. 세계적인 선사유적지를 모를만큼 무지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유물 확보, 박물관 규모에 대해 말하다 보니 그렇게 말했겠지만 말엔 품위란 게 있다. 특히 전문분야는 전문가, 즉 고고학 분야는 고고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 금도다. 도립 의료원에 가서 잘 안 되면 문을 닫겠다는 것은 책임 전가다. 대학병원이나 민간병원에 버금가는 수준의 지원이 먼저다. 첨단장비, 양질의 의술 조건을 갖춰놓고 그런 말을 해도 해야 된다. 서울시지방공사 의료원의 성공이 경쟁력있는 선 투자에 시작된 사실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누구처럼 언론을 탓하는 것도 닮긴 닮았다. “경기도는 천지개벽이 일어나도(특히 중앙언론의)관심을 끌지 못한다”면서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처럼 알려지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인데 도대체가 궁금하다. 김 지사가 한 일 가운데, 천지개벽은 뭣이고 비단옷은 또 뭣인지 알 수 없다. ‘허구적 독선’의 자기 만족은 뉴스의 가치가 없다. 언론은 굳이 자기과시를 안 해도 가치있는 ‘천지개벽’이나 ‘비단옷’엔 오지 말라고 해도 기를 쓰고 쫓아간다.
지역사회가 바라는 것은 일에 소리만 내지말고 눈에 드러나도록 보여달라는 것이다. 도지사의 말에 품격이 떨어지는 게 유감인 것은 경기도의 품격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공무원조직은 중앙부처 공무원의 자질에 비해 손색이 없다. 다만 일부의 무능공무원이 없지않긴 한데, 울산에서 시작된 퇴출제 시행은 모방이라며 우정 시큰둥 하는 건 ‘꼴통’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경기도 공직사회는 구조적으로 양질이다. 그런데 김문수 운전기사는 이를 너무 거칠게 몰아 고장내면서 남 탓만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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