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탈북 청소년교육 이대론 안된다…

구제원·박석원·전상천·이명관기자 mk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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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흔들리는 대안교육

최근 가족단위의 탈북자 입국이 늘어나면서 탈북자 1만명 가운데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탈북청소년을 위한 특화된 교육정책 부재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경쟁과 효율위주의 한국의 정규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전락, 한국사회 진입에 실패하는 등 뼈아픈 좌절을 겪고 있다. 반면 탈북청소년의 교육문제는 21세기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남북통일 후의 북한 청소년의 적응·교육과 직결되며, 남북한 청소년들의 이질성 극복과 성공적인 민족적 통합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손꼽히고 있다. 본보는 한반도 통일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게 될 탈북청소년 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긴급 점검한다.

대안학교마다 재정난 ‘허덕’

탈북청소년 대안교육기관들이 정부로부터 인가시설로 승인받지 못해 정책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재정악화 등으로 교육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폐교 위기에 내몰리는 등 사실상 존립기반 자체가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일부 18세 이상의 탈북청소년중 일부는 비인가시설인 학교에 수용되면서 ‘학업중’이라는 증명을 받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금 지원조차 끊길 처지에 놓여 학업중단 위기까지 맞고 있다.

18일 본보 취재팀이 교육인적자원부와 남양주 ‘한꿈학교’를 비롯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등을 취재한 결과, 탈북청소년 교육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대안학교와 공릉종합사회복지관 등 평생교육시설은 모두 15안팎에 불과하고 이 곳에서는 현재 300여명의 탈북청소년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중 민간이 운영하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는 남양주 ‘한꿈학교’와 천안 ‘하늘꿈학교’, 서울 ‘여명학교’ 등 모두 5곳에서 20∼40여명 규모로 각각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는 비인가시설에 해당돼 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받지 못하거나 후원금 중단등에 따른 재정악화로 대체 교육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폐교위기에 처해 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는 지난해말 학교건물을 빌려줬던 특정 대학이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새교사를 구할 여력이 없어 길거리에 나 앉을 위기를 맞고 있다.

남양주시가 별내면 주민자치센터를 한시적으로 학업공간으로 제공했으나 이 마저도 별내면 택지개발 로 인해 사업지구로 수용되면서 연말까지 새교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문을 닫아야만 한다.

더욱이 대안학교가 정규시설로 등록받지 못해 함께 기숙하고 있는 20여명의 무연고 탈북청소년들중 18세 이상의 일부 학생들은 ‘학업중’이라는 증명원을 행정당국에 제출할 수 조차 없다.

이 때문에 직업이 무직으로 분류돼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받아왔던 생계비지원금을 받지 못할 상황이다.

서울 혜화동의 한 지하교실에서 4년전 문을 연 통학형 대안학교인 ‘셋넷학교’도 개미군단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론 학교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함에 따라 문화관광부 등이 주관하는 각종 새터민 관련 공모사업을 수주, 운영비로 충당하고 있다.

생활공동체 대안학교인 안성의 ‘아함나평화학교’도 탈북청소년 학생수가 2명까지 줄면서 사실상 폐교상태이며, 직업훈련시설인 서울의 ‘돈보스코청소년센타’도 직업훈련을 사실상 중단하는 등 탈북자청소년 대안교육기관들이 잇단 위기를 맞고 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은 “학교운영비 마련을 위해 각종 공모사업에 참여하다 보면 정작 탈북청소년 교육은 소홀케 되는 등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며 “정부의 보조금지원도 시기가 일정치 않는 등 체계적이지 않아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육복지정책과 김형기 사무관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탈북청소년 교육문제를 균형된 시각에서 지원키로 보고한 뒤 논의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일반 중·고교 등 정규학교 뿐만 아니라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공동체 등에 지원을 강화, 균형된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학교 적응 실패… 학업포기 ‘속출’

탈북청소년의 수가 해마다 급증하면서 일반 중·고교에 편입한 학생들중 상당수가 졸업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고 있다.

18일 통일부의 청소년 새터민 입국현황 등에 따르면 탈북후 국내에 입국한 청소년은 지난 1999년 이전까지는 61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족단위의 탈북자 입국이 급증하면서 탈북청소년의 수는 지난 2001년 292명, 2002년 541명, 2003년 552명, 2004년 809명, 2005년 598명, 지난해 870여명에 이르는등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난 1월 현재 모두 4천414명에 달하고 있다.

이중 정규교육을 받아야할 청소년으로 분류된 6∼20세 사이의 탈북청소년은 남여가 각각 517명, 530명으로 모두 1천47명 정도다.

이들의 주거지역은 서울 454명, 경기·인천이 각각 214명·51명으로 수도권에 대거 몰려 있다.

이밖에도 부산 60명, 대천 38명, 충남 43명 등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해마다 급증하는 탈북청소년의 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반 중·고교 등에 편입, 졸업할 경우 대학진학까지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이탈 후 중국이나 태국 등을 거쳐 국내에 입국하기까지 적게는 수개월부터 수년간의 교육공백이 불가피한데다 남북한간의 교육체계나 기본사고 등의 차이로 인해 교육시스템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현재 중·고교 학령기(14∼20세)의 탈북청소년의 학교 재학률은 49%로 교육을 받아야할 1천400여명중 700여명 이상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등 교육 사각지대에 내몰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중학교에 다니던 탈북청소년들중 50%이상이 학업을 포기한 상태이고, 고등학교의 경우는 10%정도만이 중도탈락하지 않고 졸업를 한 뒤 특례적용을 받아 대학을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과 효율위주의 교육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탈북청소년들이 정규학교를 이탈, 종교단체 등 민간단체들이 운영하는 기숙형학교나 통합형학교 형태의 대안학교, 교육공동체,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인 사회종합복지관 등지로 대거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천안 하늘꿈학교 한동훈 선생은 “탈북청소년들중 상당수가 일반 정규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를 찾고 있어 대학진학 등을 위해 서울에 분교까지 운영해 지원하고 있다”며 “탈북청소년 교육을 수행할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원·박석원·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안산시 탈북청소년 그룹 홈 ‘다리공동체’ 가보니…

“이젠 정말 헤어지나…”

“동거동락했던 동무들과 헤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 집에서 공부하며 같이 지낼 날이 다시 오기만을 바랍니다.”

탈북청소년들과 함께 가족공동체를 구성해 기숙생활을 해오던 ‘다리공동체’ 그룹 홈이 보금자리를 잃고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한 상태다.

당초 다리공동체 보금자리는 한 독지가가 탈북청소년의 공동생활을 돕기 위해 2년 전 안산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2·3·4층을 통채로 빌려 줘 100여평의 공간에서 30여명이 함께 생활해왔다.

하지만 최근 후원자가 사정상 전세자금 3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더이상 후원을 받을 수가 없게 됐다.

이에 다리공동체는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으나 운영비조차 빠듯한 재정형편에 거금마련이 어렸다고 판단, 결국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다리공동체는 전세를 포기하는 대신 월세로 돌려 공동생활할만한 터전을 구하려 수소문해왔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한 건물에서 공동생활할 수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안산시로부터 지난해 하반기에 공동체 생활가정으로 선정돼 매달 3명의 인건비를 지원받아왔으나 올해부터 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원이 중단돼 재정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리공동체 마석훈 간사는 “최근 증가하는 탈북자 가정의 이혼율 증가로 인해 자식을 위탁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로 그룹홈의 역할이 중대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공동생활할 공간마저 잃게 돼 30여명의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현실이 능력 밖의 일이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리공동체는…

‘남한과 북한을 잇는 다리’라는 의미로 이름붙여진 다리공동체는 구성원들 대부분이 무연고 탈북청소년이다.

가족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이 가족과 같은 유대감 및 환경속에서 같이 살면서 소외감을 극복하고 바른 인성을 갖기 위해 마련된 또하나의 새로운 가정이다.

다리공동체는 여타의 대안학교와 달리 정규학교 생활을 바탕으로 방과후 부족한 공부를 보완하는 등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다리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서로에 대한 멘토가 가능함에 따라 남한사회 진입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터뷰/ 한꿈학교 교장 김성원 목사

“정부·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

“산전수전 다 겪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면서 교육까지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희들의 운명이고 사명이죠”

남양주시 별내면사무소 지하1층에 한시적이나마 새로이 보금자리를 마련한 한꿈학교 교장 김성원 목사(39)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가 잇따라 문을 닫는 등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만 자리를 꿋꿋히 지키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탈북자 지원활동으로 중국공안에 추방당하기도 했던 김 목사는 “현시점에서 탈북청소년들의 교육에 대한 유일한 정답은 없다”라며 “정부도 다양한 모델들을 인정하고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적 정책을 펼쳐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청소년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에서 적응 못하고 겉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살피고 교육시킬 대안학교 형태의 제도적 뒷받침도 정규학교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사회관심을 받지 못해 폐교 위기에 처한 탈북청소년 교육시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꿈학교의 사정도 그리 넉넉치만은 않다. 개인들의 후원금으로 지원되는 열악한 학교운용 재정에다 아직까지 새로운 거쳐를 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대학생·은퇴교사·전문직업인·주부 등 18명의 한꿈 선생들의 헌신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지난 2004년 개교이래 8명의 졸업생을 고려대 등 국내 유명대학에 진학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정체정 혼란을 겪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은 전혀 다른 사회로 진입하는 적응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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