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 삼국지’펴낸 개그맨 전유성

“말 그대로 구라입니다. 제가 쓴 것을 소설이라고 한다면 욕먹죠.”

개그맨 전유성(58)씨가 나관중의 ‘삼국지’를 재구성한 ‘구라 삼국지’(소담출판사)를 펴냈다. 본업인 개그 외에도 ‘아이디어로 돈 벌 궁리 절대로 하지 마라’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을 출간해온 전씨는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이번 만큼 힘든 작업은 없었다”면서 “누구나 다 아는 삼국지를 다시 쓴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출판사 사장 권유에 넘어가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삼국지는 1700∼1800년 전 이야기지만 당시 살았던 인물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은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에 제가 알고 있는 에피소드나 유머를 추가해 좀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구라 삼국지’는 현대인의 생존법을 염두에 둔 일종의 지침서라는 설명이다. 그 특유의 풍자와 독설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동안 이런저런 판본의 ‘삼국지’를 스무번 가량 읽었는데, 궁금한 것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책에는 상사의 마음을 꿰뚫어본 부하가 여럿 나오는데요, 누구는 죽임을 당하고 누구는 중용되죠. 이런 경우 윗사람의 심리가 어떻길래 생사가 바뀌는 것인지, 또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내용을 덧붙였어요.”

그는 영웅호걸에 대한 관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예전에는 자신의 야심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숱하게 죽인 인물이 영웅호걸이었지만 현대에는 백성이 편하게 살도록 복지정책을 펴는 사람이 영웅호걸인 것 같아요. 조조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다 죽는 예형이란 인물이 나오는데, 그런 사람이 많아야 사회가 좋아진다고 봐요.”

책은 ‘한번 첫인상은 영원한 첫인상’ ‘출세의 키워드, 리더를 파악하라’ 등 주제별로 이어지고 전씨의 다양한 경험을 ‘추가구라’라는 코너를 통해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삼국지의 원판 삽화들은 온데간데 없고 컬러풀한 사진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반영된 삽화들이 책의 이미지를 뒤집어놓는다. 이번에 1,2권이 나온 ‘구라 삼국지’는 5월까지 전체 10권이 간행될 예정이다.

“빨리 구라 삼국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로 이번 작업에 들인 고충을 털어놓은 그는 앞으로 코미디 전문 극장을 만들 계획이다. “대학로에서 하는 개그콘서트와 달리 좋은 공연장에서 3대가 같이 볼 수 있는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300석 정도 규모에서 관객들에게 판타지를 주는 코미디를 하는게 개그맨이 본분인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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