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상치 않은 합창… 색다른 즐거움
이젠 합창단원들이 뮤지컬 배우처럼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른다. 지난 22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 이곳에선 수원시립합창단원들이 약간의 에드립과 무용 등으로 무대를 즐겁게 장식했다. 비록 전문 무용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일단 관객들이 합창단원들의 노래와 춤을 즐거워했다는 점에선 성공적이었다.
이날 부른 곡들은 1부 브람스 18곡, 슈베르트 4곡 등 정통 클래식 22곡, 2부 ‘봄의 소리 왈츠’, 비발디의 ‘사계’ 중 ‘봄’, ‘호박벌의 비행’과 함께 아바의 곡 ‘페르난도’, ‘맘마미아’, ‘워터루’, ‘댄싱퀸’ 등 7곡 등 모두 29곡을 선보였다.
이들 중 두드러진 장면은 단연 2부였다. 악기소리를 흉내낸 ‘봄의 소리 왈츠’와 ‘사계’ 중 ‘봄’은 정통 클래식 공연에 흥미를 잃은 관객들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켰다. 높은 음의 악기를 흉내낸 소프라노 여성단원들의 목소리는 단연 압권이었다. 혀를 돌돌 말아 만화 속에서 본듯한 표정을 지은 단원들의 얼굴은 클래식에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테너와 베이스 남성 단원 8명이 출연한 ‘호박벌의 비행’은 가사가 없는 곡을 벌 소리를 흉내내 음을 부른 점이 독특했다. 아카펠라보다 성악에 익숙한 이들이 벌 소리를 흉내내며 곡의 모든 음을 완전히 소화하긴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머리에 머리띠를 두르고 귀여운 벌 인형을 안고 나타난 모습은 아이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이라이트는 아바의 곡을 부른 마지막 부분. 비교적 잔잔한 곡인 ‘페르난도’로 시작한 무대는 지난 10여년동안 합창단의 안무를 지도한 강효성 뮤지컬 배우가 역시 안무를 연출했다. 전문 무용가들과 다르게 서툰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큰 실수는 없었다. 관객들이 공연 중 단원들이 실수할까 오히려 주의깊게 보도록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반적으로 수원시립합창단이 부른 아바의 노래들은 훌륭했다. 단원 모두 성악을 전공해 노래에서 흠집을 찾긴 힘들었다.
부족했던 점은 마지막 곡 ‘댄싱퀸’에 등장한 의상과 소품들이 학예회 수준의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의자에는 청테이프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낡은 나무의자는 의자라기보다 나무로 만든 과일상자와 흡사했다. 여성단원들이 쓴 모자는 너무 커 빌려온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소품을 마련할 예산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합창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이날 공연은 보다 전문성있는 무용의 도입과 그럴듯한 소품이 마련된다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합창공연에 대한 수요가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낳게 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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