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탈북 청소년교육 이대론 안된다…

탈북청소년들이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소위 ‘명문대학’에 특례입학의 길은 열렸지만 중도탈락하는 비율이 절반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들이 탈북청소년의 입학을 허용하기만 할 뿐 이들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이 사실상 결여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어 장래 남북 사회문화 통합 과정에서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탈북 대학생들…

중도탈락 ‘수두룩’

학력격차·대인관계·경제압박 ‘삼중고’

3일 본보 취재팀이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와 탈북대학생 등을 취재한 결과 탈북청소년들중 지난 2000년 이후 서울지역 주요대학에 들어간 탈북 대학생들중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비율이 대학교별로 30%∼60%에 달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청소년들중 소위 서울의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지난 2005년 말 모두 116명에 달한다. 이중 연세대와 서강대가 각각 43명, 21명이지만 휴학이나 자퇴한 학생의 비율이 각각 60%와 30%을 차지하고 한국외국어대도 52명중 절반인 50%의 학생들이 중도 탈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탈북대학생중 무연고로 혼자 생활하거나 친구들과 동거하는 경우가 절반이상(55%)을 차지하는데다 이들중 상당수(37.7%)가 학업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더욱이 휴학이나 자퇴한 탈북대학생들은 넉넉하지 못한 경제문제(35.3%)와 학업을 뒤따라가지 못하는 학력문제(20.6%)로 상당수가 대학을 중도탈락하고 있다. 이와함께 학년에 따른 휴학과 재학간의 상관관계를 교차분석해 본 결과 전체 휴학의 경우 65% 정도가 1학년 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탈북대학생들이 남한사회의 배려로 명문대학에 특례입학했으나 문화적 충격과 의사소통, 정보의 부재 등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대학생활 초기에 휴학 또는 자퇴를 감행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대안학교에서 이같은 조사를 서울의 10여개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했지만 대부분 학적부 등의 자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탈북대학생의 재학이나 휴학 등의 현황파악도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대학을 그만둔 탈북대학생들이 대부분 핸드폰 번호 등을 바꾸면서 자신이 다니던 대안학교나 가족들과 연락을 끊거나 중국 등지로 재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져 남한정착사업이 겉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리공동체 마석훈 간사는 “최근 남한내 탈북대학생 학업생활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학을 중도탈락한 학생들이 상당수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하지만 대학측의 탈북대학생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노력은 미미해 아쉽다”고 말했다.

/구재원·이동희·박석원·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 졸업앞둔 중앙대 박영철군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는게 힘들지만 사회복지사가 돼 나보다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돌보며 함께 살아갈 날만을 꿈꾸고 있습니다.” 한국에 동생과 함께 지난 2001년 11월에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박영철군(25)은 “남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또래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배려를 받은 고등학교 때 생활이 지금까지 버티는 가장 큰 힘”이라고 밝혔다.

안산 동산고등학교를 거쳐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중인 박 군은 아직도 함께 생활하던 동생들이 살고 있는 다리공동체를 떠나지 않은 채 꿋꿋히 버티고 있다.

그는 “대학교만 들어가면 모든게 잘 될거라는 환상을 갖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정작 현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냉혹했다”고 회상했다.

박 군은 “특례입학으로 입학했지만 학교 친구들의 학력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 리포트 작성 등 학업을 맞춰나가기가 힘들어 인내심으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박 군의 한달 생활비로 지원해 주는 33만원으론 교재를 사고 주위의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가하기도 빠듯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결국 박군은 휴학하고 돈 벌어 다시 복학해야할 만큼 경제적인 압박도 만만치는 않았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박 군은 “학기중에는 수업따라가느라고 바쁘고 방학때는 돈버느라고 정신없었다”며 “방학때 실내조경 아르바이트와 리모델링 보조 일 등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박 군은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기 보다는 자신이 오너가 돼 돈을 버는 방법을 경험하기 위해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그가 고민끝에 찾아낸 일은 군밤장사였다.

박 군은 “150만원을 투자해 기계를 구입한 뒤 군밤장사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역전앞에서 시작했지만 노점상연합회에서 ‘생계가 걸려 있으니 다른 곳에서 하라’며 쫓겨나기도 하는 등 생각이상으로 힘들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에는 동생과 나 둘밖에 없어 동생을 살펴야 하는 것도 나에게는 큰 일”이라며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충실하게 열심히 산다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해맑게 웃었다./전상천기자 junsch@kgib.co.kr

대학과정 지원책 부족

탈북대학생들은 오랜 학습공백으로 인해 기초학력이 부족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아르바이트)을 하지 않을 경우 기본적인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들다.

더욱이 탈북대학생들은 정보의 부족과 목적의식이 부재한데다 자신들과 정서적 유대를 나눌만한 사회적 관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아 결국, 힘들게 입학한 대학교를 쉽게 포기하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목적의식 미약

탈북청소년들에게 남한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꿈.

하지만 이들에게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부족한 정보를 채워 줄 수 있는 지인이 턱없이 부족함에 따라 대중매체 등으로부터 얻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혼자 결정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탈북대학생들은 법률 지식에 대한 자문이나 진로·진학 상담, 대학교의 고민상담소 등을 이용하려고 해도 쉽지만은 않다.

남한사회의 인터넷망이나 전화를 통한 각종 상담시스템의 보편화된 운영제도 때문에 탈북청소년들이 활용하기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전화 상담원들이 이들의 특성은 물론 함경도 사투리를 잘 못알아들어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지 못한다.

이같은 원인 때문에 대부분의 탈북대학생들은 체계적인 남한사회 적응훈련 등의 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속에서 제한된 정보의 틀 안에서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가 결국 뼈아픈 실패만 경험하게 된다.

◇학업에 대한 부담감(수학능력 부족)

탈북청소년들이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명문대학을 비롯한 대학에 특례입학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대학 당국은 탈북 대학생들을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뽑아만 놓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전적으로 탈북 대학생 개개인의 몫으로 떠맡기고 있다.

탈북대학생들이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문제의 원인을 탈북 대학생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대학특례입학을 통해 청소년들을 받기만 할 뿐 이들이 대학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이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탈북해 한국으로 입국하기까지 길게는 몇년간의 학업 공백은 12년의 정규교육을 받은 한국학생들과 비교할 몇배의 추가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의 학습능력 제고를 위한 지원은 절실하다.

◇경제적 어려움

탈북대학생 상당수가 1인당 생활비 34만원꼴인 통상 정착지원금만으로 대학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항상 경제적 빈곤을 감수해야하만 한다.

정부나 종교재단 등으로부터 등록금 등 학자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한국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돈은 항상 부족하게 마련이다.

희망찬 대학생활을 꿈꾸던 탈북대학생들은 부족한 돈으로 인해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지는 등 대인간의 문제도 힘들어진다. 이들은 결국 혼자다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학업 외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부족한 경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강한 억양의 사투리에다가 북한출신의 대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선뜻 채용하는 곳도 구하기 힘들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남한의 대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 새벽에 신문을 돌리거나 우유배달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탈북대학생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학력에 부담스러운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는 이중고로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통일부 마삼민 사무관은 “탈북대학생들이 대학은 특례입학으로 쉽게 들어가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부족한 학력 등으로 삼중고를 겪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탈북대학생들에 대한 대학사회 전반적인 인식변화와 함께 지원이 선행돼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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