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 이벤트 이젠그만

생뚱맞게 시흥시가 유채꽃 축제를 연다고 한다.

다음달 4~6일 군자매립지 안에서 열리는 유채꽃 축제는 사전에 계획됐던 행사가 아니라 최근에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시흥과 유채꽃’의 관계를 아무리 따져 봐도 상관 관계가 없다. 시흥과 유채꽃의 인연을 굳이 찾아본다면 지난해 가을 군자매립지 1만평에 씨를 뿌렸고 올해 꽃이 폈다는 게 전부다. 때문에 유채꽃 축제가 매우 어색하고 참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낙조축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열렸고 지난달 1일 대보름제도 마찬가지다. 대보름제의 경우는 갑자기 규모가 확대되는 바람에 주최측이 바뀌고 추진위가 급조돼 꾸려지는 등의 진통 끝에 열렸었다.

오는 8월 열릴 예정인 제1회 세계힙합페스티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형체도 없었던 힙합페스티벌이 어느날 갑자기 유령처럼 나타났고, 누가 쫓아 오기라도 하듯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시의회도 무슨 이유에선지 해당 상임위가 삭감한 관련 예산 1억원을 예결위가 편성, 승인해 주는 성의까지 베풀며 맞장구를 쳤다. 짧은 준비기간, 스케줄이 이미 잡혀 있을 해외 유명 공연팀을 섭외할 수 있을지 등…. 3개월 앞으로 다가온 힙합페스티벌이 과연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대부분의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가능한 많은 주민들과 접촉하길 원한다. 자치단체장들은 그 방법으로 축제 등 대규모 행사를 열고 싶어하는 경향이 짙고 유혹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는 게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기다리고 있는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의 즉흥적인 행사 추진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들도 처지가 같아서 인지 뒷짐만 지고 서성거리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자치단체장과 시의원들이 암묵의 카르텔(기업 연합)을 형성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사실이 아니 길 바란다.

축제는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양식과 역사성 등이 전제될 때 생명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열 릴 수 있다. 구체적인 계획과 치밀한 준비 과정이 없는 ‘보여주기식’의 축제 또는 행사가 지양돼야 하는 까닭이다. ‘깜짝쇼’가 아닌 경쟁력있는 축제를 보고 싶다.

/이동희 dh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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