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영화들이 돈 번 까닭

할리우드 액션 시리즈 등 천문학적 예산을 들인 대작들이 즐비한 가운데 소리소문없이 쏠쏠한 흥행을 거두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 비수기, 적은 홍보 예산, 몇 안되는 스크린 등 악조건 속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이 영화들의 전략은 타깃층을 분명히 설정해 확실하게 공략하는 것이다.

최근 눈길을 끈 의외의 흥행작은 3D 애니메이션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다. 3월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꾸준히 박스오피스 10위 안팎을 기록하며 12만5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고작 서울 스크린 7개(전국 38개)에서 개봉했고 그나마 주중에는 오전에만 교차상영됐으며 배급사가 기대한 관객 수가 7만명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

이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유아 관객들을 노린 결과다. 3세 이후 미취학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 영화는 의성어 위주의 대사에 등장인물들이 아기처럼 자꾸 넘어지고 실수하는 가운데 아기자기한 모험을 겪는 구성으로 자녀를 동반한 주부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국내 영화 중에는 가족 관객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한 작품이 드물다. 어린이들이 보는 만큼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야 하는데 가족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폭력 장면 등을 끼워넣는 경우가 많은 것. 지난해 선보인 ‘마음이’ ‘허브’ 등이 그랬고 최근 개봉한 ‘눈부신 날에’ 역시 어린이가 보기 부담스러운 장면이 있다. 이에 비해 덜 자극적이고 가족 취향을 고려한 정진영 주연의 ‘날아라 허동구’가 지난 주말 17만명을 모으며 선전중이다.

작은영화들이 노리는 또다른 타겟 20∼30대 여성이다. 서울 종로 광화문 대학로 일대의 스폰지하우스, 시네큐브, 하이퍼텍나다, 미로스페이스, 중앙시네마 등 중소규모 극장들은 여성 취향을 고려한 작품 및 기획전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이 극장들이 분석한 여성 취향 영화는 어느 정도 작품성을 가지면서 보편적인 재미도 갖춘 로맨스 또는 휴머니즘 영화들. 여기에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배우가 출연한다면 흥행성은 커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광화문 미로스페이스가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오다기리 조 4색 영화 특별전’.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밝은 미래’ ‘유레루’ ‘클럽 진주군’ 등 기존 상영작과 새 영화 ‘헤저드’를 묶어서 상영한 것으로 주말 전회 매진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어 한 차례 재상영에 들어갔다. 극장측은 “여성 직장인들의 취향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밀집한 지리적 특성이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했다.

중앙시네마 역시 최근 ‘선샤인’과 ‘플루토에서 아침을’에 출연해 관심을 끄는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4일과 10일, 18일 재상영한다. 또 미로스페이스와 하이퍼텍나다는 화려한 의상으로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17일 개봉)를 단독 상영할 예정.

이 추세는 멀티플렉스로까지 이어져 메가박스는 ‘무비온스타일’이라는 타이틀로 20∼30대 여성 영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로맨틱 코미디 ‘쉬즈더맨’, 프랑스 여배우 줄리 델피가 감독·주연한 ‘투데이즈 인 파리’ 등을 독점 수입·개봉하며 여성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코엑스점과 신촌점에서 매주 화·수요일 저녁에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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