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허망한 반전 '넥스트'

기가 막힌 반전(反轉)으로 관객을 경탄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황당하고 허망한 반전으로 관객을 맥빠지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 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클릭'이나 '아들' 등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스타 니컬러스 케이지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SF액션스릴러 '넥스트'(원제 NEXT)는 유감스럽게도 후자에 가까운 반전구조를 갖고 있다.

2분 후의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흥미롭지만 소재를 1시간35분짜리 영화로 만들어내는 짜임새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마술사 크리스 존슨(니컬러스 케이지)은 2분 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내려 한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알아챈 FBI의 캘리 페리스 부장(줄리안 무어)은 테러리스트들이 로스앤젤레스에 핵폭탄 공격을 가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크리스뿐임을 직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카지노에서 2분 뒤에 일어날 총기강도 사건을 예견하고 사고를 방지하려다가 도리어 총기강도 사건에 휘말린 크리스는 FBI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FBI는 겉으로는 총기강도 사건 용의자를 추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핵테러 사건을 막기 위해 크리스를 포섭하려 한다.

FBI는 크리스가 운명이라고 믿는 여자 리즈(제시카 비엘)를 이용해 그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을 만들고, FBI와 크리스, 테러리스트 집단은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어느 것이 실제이고 어느 것이 미래인지 구분되지 않는 팽팽한 두뇌게임을 시작한다.

영화는 주인공이 2분 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설정을 무기로 삼아 무엇이 실제상황이고 무엇이 미래를 예견한 상황인지를 헷갈리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관객을 허망하게 만드는 막판 반전의 요체도 사실은 이 같은 영화전개 기법에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의 주도면밀한 짜임새로 보나 SF스릴러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로 보나 비슷한 소재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데자뷰' 등에 비하면 두뇌게임으로서의 격이 많이 떨어지는 영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케이지의 한국계 부인인 앨리스 킴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것인데, 국내 관객에게는 흥미로운 눈요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