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화가들 특별한 전시
“몇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그림을 그려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은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나 종이를 마주대하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어떤 수행보다 더 아름답고 거룩한 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 비록 미술대학에서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열정만큼은 그에 못지 않은 아마추어 화가들.
올해 14회째를 맞는 ‘창밖의 그림전’ 회원들이 그렇다. 서양화가 허영옥씨가 지도하는 ‘정천회’와 ‘율현회’, ‘목화회’는 초등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이 주된 멤버들이다. 이들은 회원간의 친목과 화합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펼친 작품들을 5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전시장에서 선보인다.
96년 4월 수원 정천초등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정천회’는 재학생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현재 20여명이 활동하는 정천회는 매년 교내전시회에 참여하고 비엔날레 형식의 ‘창밖의 그림전’을 마련한다.
이들은 구체적인 사물을 묘사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공중에 매달린 꽃바구니를 지상에서 올려다본 길혜원씨의 ‘공간’과 캔버스를 12개로 분할한 후 거친 질감의 타원을 쪼갠 이순애씨의 ‘생명’, 입학과 결혼 등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선물을 소재로 선택한 조경미씨의 ‘기억의 저편’이 인상적이다.
지난해 창립한 율현회는 수원 율현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미술의 기초인 연필이나 파스텔 등으로 풍경을 주로 담았다. 연필로 처리한 명암과 부드러운 파스텔이 고즈녁한 농촌의 평화로운 정경들을 잘 드러냈다.
이어 목화회는 전·현직 교사들이 중심인 그림동호회다. 지난 2000년 창립한 이후 2002년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칠판위의 그림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소재와 재료를 통해 실험적인 작품을 펼쳐왔다.
방은희씨는 한 무더기 마늘을 클로즈업했고, 이국선씨는 붉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시들어버린 꽃의 허망함을 담았다. 또 정진숙씨와 조현주씨는 꽃을 소재로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 3단체는 서양화를 추구하며 파스텔화와 드로잉화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섭렵했다. 특히 회원들의 미적체험을 바탕으로 유화와 수채화기법을 접목시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그림을 지도하고 있는 허영옥 작가는 “그림은 성실히 배우고 배운 것을 화면 안에서 완성시키면 된다”며 “감상자와 작품을 통해 교감할 수 있다면 그림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의(031)230-3292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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