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사유 제한 없어 악용소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주민들이 직접 퇴출시킬 수도 있는 주민소환제가 발효된 첫날(지난 25일),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하남시 광역화장장 유치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가 김황식 하남시장과 3명의 시의원을 주민 소환하겠다고 공식 발표(본보 25~26일자 1면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그 시행 절차 등은 규정했지만 소환투표에 부칠 수 있는 사유는 제한하지 않아 ‘비리’가 아닌 ‘소신행정’에 대한 발목잡기로 남용될 소지도 없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반대위측이 김 시장을 소환투표에 부치겠다는 주된 사유는 경기도의 광역화장장(16기) 유치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독단적인 행정과 자질 부족, 시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시의원 3명의 시의회 고유권한인 견제(기능)를 무시한 집행부와 부화뇌동(동조) 등이다.

이들은 한발짝 더 나아가 “다음달 주민소환준비위원회 결성하고 오는 7월초부터 본격적인 서명운동 통해 오는 9월말 주민소환 투표에 들어간다”고 세부일정까지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 시장과 해당 시의원들은 “국가와 자치단체가 책무(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어난 갈등을 꼬투리 잡아 소환하겠다고 하는 것은 (주민소환제)근본 취지를 벗어난다”며 “전체 주민들의 순수한 의견이 아닌 정치세력화된 일부 단체의 소신행정에 대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주민소환제의 근본 취지는 선출직 공직자의 무분별한 행태(예산낭비와 직권남용 등)에 제동을 걸어 책임행정을 구현하는데 있다.

그러나 단체장들이 이 법을 의식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인기에 영합한 선심성 행정만을 조장할 우려도 없지 않다. 소신 행정에 대한 잡목잡기 논란이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다.

좋은 제도도 운용을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건 모든 선택과 결정권은 당연히 해당 주민들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강영호 kangy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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