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노릇 하기가 참 힘든다. 난세다. 민생경제가 엉망인 마당에 ‘멀쩡한 경제’라고 우기는 분, 나라의 가장 웃어른부터가 허튼 말씀을 일삼으니, 이들의 지배를 받는 민초들은 연못에 던지는 돌멩이에 맞는 개구리 형상이다.
혈세를 쥐어짜고도, 나라 살림의 국가부채나 집안 살림의 가계부채나 새삼 수치를 열거할 것도 없이 사상 최대 규모인 터에, 현대사회의 생필품에 준하는 휘발유 값을 정부가 바가지 씌우는 것은 저네 고관대작들은 제돈으로 안 사쓰는 탓일 게다.
물정 모른 기막힌 소린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어디부터가 정치적 중립인지 모호하다”면서 이같은 “위선은 위헌”이라는 말씀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말고 말이 아니면 탓하지 말라 했지만, 헌법재판소장의 판단 같은 역할까지 하니, 길게 대꾸할 것 없이 한 마디는 없을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에 선거운동과 정치적 중립도 분간 못하는 분을 대통령으로 받들고 살자니 국민이 피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그런다는 게 아니고 그분 말씀 투를 빌려 해외에서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의 차기 의중을 위한 범여권 교통정리 작업은 정말 요지경 속내다. 100년 정당이라고 만든 열린우리당이 3년 새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간판이 되어 절로 붕괴되는 것은, 이 정권의 실정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하고도 남는터, 하물며 죄업을 속죄는 커녕 되레 큰 소릴 치는 것은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하긴, 언젠 그가 열린우리당의 말을 들었나, 독주는 대통령이 해놓고 들러리노릇 한 열린우리당만 도매금으로 와해되는 판이니, 대통령은 이미 탈당했다 해서 나몰라라 하고 큰 소리치는 건진 모르겠다.
천억원 대의 금만가가 모집하는 데릴사위 공모에 270 명이나 몰렸다는 지원자들이 순진하지, 불순하다 못해 선거개입까지 서슴치 않는 직계 적자 옹립의 이합집산은 국민사횐 안중에 없는 것 같다. 두 세갈래의 범여권 통할에 꼼수 부릴 앞으로의 주술이 갈수록 가관일 것으로 보여 난세가 그치기는 틀린 것 같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경선 주자가 처절하게 벌이는 검증 공방을 틈타 친노진영의 저격수들이 가세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박영선이 이명박을 걸어 2001년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김혁규는 이명박 부인의 위장전입에 의한 부동산 투기설을 얽어매고 나섰다. 박근혜의 경우는 달라, 정수장학회와 유관한 부산의 실업인이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횡령, 탈세 등을 했다며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에 검증 요청서를 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수록 별의별 희한한 주장과 폭로가 잇따라 나올 것이다. 다 좋다. 문제점이 있으면 파헤쳐야 하고, 헛소문을 냈으면 책임을 지우면 되는 것이다. 민중은 지켜본다. 말이 없다고 해서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민초는 지도층의 스승이다. 어느 대학 교수가 페인트공에게 말했다. (화단에 세우는 자그마한 울타릴 가리키며) “굳이 대패질 할 건 없는데?” “아닙니다. 저는 거친 목재에 칠을 한 적이 없으니까요. 돈을 더 받진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인도되는 질서로 나라의 부(富)를 증대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유명한 ‘국부론’은 그 페인트공의 말에서 일깨움을 받았던 것이다. 황희 정승은 태종이 양녕대군을 폐세자 할 적에 불가함을 죽기로 작정하고 간하다가 귀양까지 갔지만 평소의 언행은 모가 나지 않기로 소문났다. 그건 농부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두 마리의 소로 쟁기질하는 것을 보고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느냐고 묻자, 농부는 가까이 다가가선 귀엣말로 대답하고는 “비록 미물이지만 못하는 소가 들으면 안 됐습지요”했던 것이다.
국민의 여론, 즉 지지도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은 국민을 가르쳐 들려고 한다. 이러한 우민정책은 민중의 비판의식을 둔화시키려드는 지배계급의 기득권적 수단이다. 마구잡이식 좌충우돌속 장막은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이다. 그러나 이젠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민중이다. 콩나물 시루에 붓는 물은 그대로 흘러내린다. 그대로 흘러내린다고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물은 흘러내리면서도 좋은 콩은 건강한 콩나물로 키우고 나쁜 콩은 그만 썩힌다. 민중은 그러한 콩나물 시루의 물과 같다.
나라의 으뜸 윗분으로 이상한 이를 두어 국민노릇 하기에 고생하는 민중사회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더는 말이 많은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 그래도 아직은 자리가 대통령이니까, 말이 아니어도 나무라기도 하지만, 그만 둔 뒤엔 대꾸할 가치조차 없게 되는 건 장차 고독을 자초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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