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비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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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의 평균수명은 47살 이었다. 구중궁궐에서 어의(御醫)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은 임금의 목숨으론 너무 짧다. 조선시대 최장수 임금은 82살까지 산 21대 영조다. 적게 먹고 식사시간을 잘 지켰다. 쌀밥 대신 잡곡을 즐겼으며 밤참은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모두 335명의 황제가 보위에 올랐다. 그들의 평균 수명은 41살에 그쳤다. 60살 넘게 산 황제는 36명 뿐이었다. 이 중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은 89살까지 누렸다. 건륭은 할아버지 강희제가 이룩한 태평성대에 일찌감치 황위 계승자로 결정됐고, 아버지 옹정제의 뒤를 이어 25살에 등극했다.

건륭제는 우선 4만여 수의 시를 남긴 시인이었다. 반성적 인간임을 보여준다. 하루 두 끼를 고집했을 정도로 모범적이었다. 수 많은 후궁을 거느렸지만 중용을 지켰다고 한다. 그러니까 주관을 가지고 풍류를 즐기며, 절제된 생활과 식습관을 통해 당대의 참살이(웰빙)를 추구한 인물이었다.

고대 중국의 합리적 음식 구성은 오곡이 섞이고 육류와 채소가 배합됐다고 한다. 건륭제가 주로 든 음식은 주식 47종, 부식 47종, 더운 요리 59종, 탕류 7종 등이라 한다. 오리와 제비집을 즐겼고, 아침저녁으로 열탕면과 죽을 함께 먹었다. 끼니 마다 콩류와 산나물을 거르지 않았다.

수오리를 큰 솥에 끓여낸 뒤 24종의 조미료를 넣어 도자기 약탕관에 달인다. 과일나무 등 땔감으로 사흘간 계속 찐다. 오리는 부드러워져 입에 살살 녹는다. 권두채(拳頭菜)라고도 하는 고사리도 자주 먹었다.

하지만 조선 왕이나 중국 왕이나 단명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걸 보면 산해진미가 장수비결은 아닌 것 같다.

여염의 장삼이사(張三李四)처럼 대부분의 왕들에게도 ‘부귀영화는 뜬 구름’이었다. 신선을 꿈꾸던 진시황이나 불멸을 꿈꾼 한무제가 아무리 간절히 원했어도 젊음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불로장생 약을 찾아 떠난 술사들도 돌아오지 않았다.

절제된 생활, 소박한 식습관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은 걸 보면 안빈낙도 또한 건강한 삶의 길인 듯 싶다. 연세 80이 넘으신 여러분들이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 한국유네스코경기도협회, 경기도교육삼락회 회원들을 가끔 뵈면 황제 부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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