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및 출간을 주로 맡아 온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통계(2006년 9월 현재)에 따르면 우리 문학 작품은 세계 45개국, 29개 언어로 1천220종이 출간됐다. 미국이 190종으로 가장 많고 일본(193종) 프랑스(165종) 중국(137종) 독일(135종) 순이다. 초기에는 연구자들이 인맥을 통해 번역 소개하다가 1980년대 들어서야 체계적인 해외 번역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한국문학의 ‘존재’를 알리는 차원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은 선집 형태로 번역됐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개별 작가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나오게 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이 해외에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도 10여년 정도밖에 안됐다.
대산문화재단 등의 통계에 따르면 고은 시인의 작품집은 8개국에서 16종이 소개됐다. 시집보다 번역이 활발한 소설의 경우 황석영씨는 7개국 23종, 이문열씨는 12개국 31종, 이청준씨는 10개국 28종이 번역됐다. 번역자가 개별 소개한 것이 전부 다 포함된 수치는 아니라 해도 작가별로 10여 개국에서 20~30종이 출간된 셈이다. 세계적인 작가들과 비교하면 책 발행 국가나 종수가 뒤지고 재판을 찍는 경우는 10권 중 한권 정도에 불과하다. 2006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무크씨의 경우 ‘내 이름은 빨강’ 한 종만 32개국에서 번역됐다.
한국문학이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의 갈리마르와 쇠유, 독일의 주어캄프, 미국의 하이페리온과 세븐스토리스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출판사에서 고은 황석영 이문열 서정인씨 등이 잇달아 책을 냈다. 그동안 외국에서 단행본이 출판된 문인은 황석영 조정래 이문열 최인훈 김지하 이청준 오정희 이승우 서정주 최인훈 박경리 김광규 윤흥길 신경숙 최인호 이호철 박완서 피천득 김소월 방현석 조세희 김주영씨 등으로 한국문단 인구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한국문인들이 노벨문학상을 비롯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작가들이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수준 높은 작품을 써야 하고, 좋은 번역자를 많이 발굴해야 하며, 작품을 많이 번역해야 한다. 하지만 작품 번역 출판을 문인 개개인이 직접 하기란 여러가지로 난관이 많다. 선진 외국처럼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또 찾아오고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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