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통신/코펜하겐과 교감하는 여행

장 수 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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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수 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교환학생

1년의 반을 지나선 7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코펜하겐 역시 북유럽 특유의 쓸쓸함을 털어버리고 여느 유럽과 마찬가지로 관광지로 탈바꿈했고 7월 현재, 하루에도 200여명이 넘는 한국인이 코펜하겐을 찾고 있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한국 여행객들에게 코펜하겐을 소개하는 가이드 일을 하게 됐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의 특성상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코펜하겐에 머무른다.

가이드를 하면서 이들과 함께 코펜하겐을 돌며 느낀 점은 ‘코펜하겐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잠시 동안의 여행에서 여행지를 모두 경험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한국 관광객들의 코펜하겐 여행은 지나치게 무미건조했다. 모든 여행사가 시청사~국회~왕궁~게피온 분수~인어공주 상으로 연결되는 틀에 박힌 일정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빡빡한 패키지 상품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만 보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었다. 이는 덴마크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정보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인어공주상’만으로 단정짓기에는 코펜하겐의 볼거리가 꽤나 많다.

우선은 이전에 소개했던 크리스티아니아가 있다. 덴마크만의 유일한 집단으로 세계 최초의 놀이동산 ‘티볼리’에 뒤이어 코펜하겐 제2의 관광지인 크리스티아니아는 한국에 알려지지 않아 많은 관광객들이 놓치는 곳이다.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싶다면 로젠보그 성의 정원에 가는 것도 좋다. 왕의 별장으로 지어진 로젠보그 성에서는 그 앞에 펼쳐진 널따란 잔디 정원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덴마크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햇볕을 좋아하는 덴마크 사람들은 공원에 누워 한나절씩 보내고 가는데, 이곳에 가면 여유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코펜하겐 최대 번화지역인 뉘하운도 볼만 하다. 뉘하운은 ‘새로운 항구’라는 뜻으로 작은 베니스를 연상시킨다. 커다란 배들이 떠 있는 항구 옆에 줄을 지어 늘어선 노천카페들이 있는 뉘하운은 코펜하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특히나 이곳에서는 맥주병을 입에 문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덴마크 사람들의 맥주 사랑을 보여 준다. “덴마크의 물은 맥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맥주는 덴마크 사람들과 밀접한데, 이 때문에 맥주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칼스버그 회사견학도 좋은 관광코스가 된다. 칼스버그는 세계 제2위의 맥주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덴마크 회사이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기차를 타고 코펜하겐을 빠져나가 빌룬트의 레고랜드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덴마크의 블록 장난감인 레고로 만들어진 놀이동산인 레고랜드에 가면 세계 각국의 유명 도시들이 레고로 재탄생된 모습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레고로 만들어진 상상력의 네버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

같은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크리스티아니아, 칼스버그, 뉘하운, 레고…. 덴마크에만 존재하고 덴마크를 대표하며, 덴마크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을 경험하는 게 시청이나 국회 건물 등을 구경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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