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문제라 하지만… 까다로운 공연절차 등 마구잡이로 덤벼 불상사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기로 했던 월드투어 콘서트가 시작 직전 취소돼 미국 공연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투어 주관사인 스타엠은 “현지 공연기획사인 V2B글로벌의 자금문제였다”며 무대 설치를 위해 장비업체들이 돈이 지급되지 않자 작업을 멈추자 부랴부랴 현금을 맞춰 12시간만에 무대 세팅을 해야 했지만 공연 당일 업체들이 계약금으로 받은 수표가 지급 거부되는 사태까지 발생해 조명업체가 철수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스타엠에 따르면 “무대는 밴드가 설 곳이 없고 돌출무대가 휘어졌으며 영상이 강조된 공연인데 스크린을 세울 수 없어 공연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하면서 여기에 LA당국의 관련 법에 따라 국내에서 공수해 간 장비를 쓸 수 없었는데 문제가 된 장비는 규격에 맞지 않는 초대형 LED스크린을 쓰려고 했다고 하며 현지 프로덕션 매니저와 프로모터조차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공연시작 3시간 전 LA 안전감시관으로부터 장비를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지 티켓 판매가 부진해 공연이 취소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비 측과 현지 프로모터는 “1만2천석 가운데 스폰서 티켓까지 포함해 모두 77%를 판매했기 때문에 취소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일축하고 비가 2주일 전부터 LA에 와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 프로모션을 한 입장에서 공연을 회피하는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올 가을 공연일정을 다시 잡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실추된 이미지로 비의 미국시장 진출계획은 적잖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견해이다.
비의 월드투어 미국 콘서트는 처음부터 법적소송에 휘말리며 난항을 예고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음반기획사 레인 코포레이션이 지난해 12월 열린 비의 라스베가스 쇼케이스 공연에서 ‘레인’(Rai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는데, 미국 내 Rain이라는 밴드의 소속사가 제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비의 미국 콘서트는 LA공연만 제외하고 지난달 15일 하와이, 지난달 19일 애틀란타, 지난달 23일 뉴욕, 지난달 27일 샌프란시스코 등의 공연계획이 이미 취소됐으며 지난달 21일 재판결과 상표분쟁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한편, 이보다 먼저 비의 하와이 프로모터인 클릭 엔터테인먼트는 “비의 북미공연 판권을 가진 레볼루션 엔터테인먼트, 주관사 스타엠 등이 공연 시작 전 라이선스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50만 달러를 가로챘다”고 주장하며 현지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여기에 마침내 미국 최고의 연예전문 사이트 티엠지 닷컴(tmg.com)이 지난 4일 “한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로 불리는 아시아 최고의 팝스타 비가 미국에서 법적인 곤경으로 우박의 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티엠지 닷컴은 나아가 “호놀룰루의 프로모터가 처음부터 공연할 의사가 없었던 비로 인해 5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며 연방법원에 고소했다”고 보도하고 로스앤젤리스 공연 취소에 대해서도 “LA의 로컬 프로모터도 공연을 1시간 반 앞두고 전격 취소한 비와 매니지먼트사에 대해 수백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수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믿을만한 소식통의 제보를 소개했으며 이밖에도 비를 고소한 하와이 프로모터 측은 비(Rain)의 상표분쟁을 알면서도 공연계약을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를 음미해 보자. 우선 비의 미국식 이름 Rain 사용에 대해 이건 아주 기초적인 것으로 하물며 미국은 물론 월드투어를 갖는 엔터테이너가 그들 나라에 대해 Rain이란 동명이인 가수가 있는지를 한번쯤 확인해 봤으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검색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초보적인 사항 조차도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절대적으로 비와 그 측근의 잘못이다.
그리고 미국은 원래 공연절차가 무지하게 까다로운 나라라는건 공연을 취급하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로서 우리나라식으로 어떻게 대충하면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에 마구잡이로 덤비려다가 당한 망신이다. 아마도 중국이나 동남아에 장비를 갖고 들어가는 식으로 생각한 모양인데, 그래서 우리나라 방송사들이 미주지역 공개방송을 하러 갈 때도 대개는 현지에서 장비를 조달하고 있는 것은 제반 경비도 문제지만 까다로운 법규를 지키자니 현지 업체를 고용한다.
필자가 진즉 걱정했던 것은 뭐가 그다지도 급해서 신인가수가 겁도 없이 대규모 투어를 갖는가하는 우려였는데, 과연 현실로 터졌다. 웬만한 가수들은 미국에서 수년간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입지를 다진 후 음반을 취입하는게 우선 절차인데, 비는 투어부터 해 인지도를 알린 후 음반을 내겠다는거꾸로 작전을 편게 이런 불상사를 초래했으며 올 가을 공연에 과연 깨끗한 이미지로 부각될런지는 미지수이다./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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