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넓지 않은 우리나라 땅에 지역별로 다양한 사투리가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놀랍다. 산맥과 높은 고개, 그리고 강 등으로 구분지어진 전통사회에서 오랜 세월 살다보니 그랬음직 하다. 사투리는 각 지역의 삶과 정서, 역사의 관습이 녹아 있는 우리의 언어적 유산이다.
육지에서 동떨어진 제주도 말은 특히 이해하기 힘들다. “혼자옵서예”(반갑습니다)는 그래도 알아듣기 쉬운말에 속한다. 제주도에서는 지방선거 때마다 ‘괸당’이란 말이 부각된다. 혈족이나 친족 등을 일컫는 말이다. ‘무사경 빠르꽈, 서둘지맙써(왜 그렇게 빠릅니까. 서두르지 마세요).’는 제주 서부관광도로 위험지역 곳곳에 있는 사투리로 쓴 교통안내표지판이다. 생소한 표지판을 보고 외지 관광객들은 자연스레 속도를 줄인다. 제주도 홍보는 물론 교통사고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토종 방언이 거의 ‘외국어’ 수준인 제주도는 각 마을의 사투리를 체계적으로 조사, 1천500쪽 분량의 ‘제주말 사전’을 올해 말 발간할 예정이다.
부산의 대표축제인 자갈치축제의 슬로건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이다. 자갈치 시장의 상인들이 손님을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을 그대로 옮겼다. ‘친구’는 영화 속 사투리의 한 획을 그었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우리 친구 아이가”는 널리 회자됐다. ‘문둥이 가스나’도 정겹다.
전남 강진군은 ‘와보랑께 박물관’을 설립했다. 이 박물관엔 전라도 사투리 문장 200여개를 나무토막 등에 새겨 전시해 놓았다. 목포문화원은 매년 사투리로 단막극을 진행하는 전라도사투리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문학작품 속의 사투리는 질박한 향토색을 나타낸다.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들겄네’와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에서 “섭섭하게 / 그러나 / 아조 / 섭섭치는 말고”는 더욱 감칠맛을 자아낸다. 박목월 시인의 ‘이별가’에선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하고 ‘뭐락카노’가 반복돼 이별의 안타까움이 더 깊다.
표준어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사투리 또한 소중하다. 강원도, 충청도의 사투리. 함경도, 평안도의 사투리를 방송, 영화 등에서 듣다보면 정감이 넘쳐 흐른다. 서울·경기 사투리도 있다. ‘한국 사투리사전’을 정부가 편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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