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1853~1890), 박수근(1914~1965), 이중섭(1916~1956)의 공통점은 수명이 짧았던 점이다. 고흐는 37세에 요절했다. 박수근은 51세에 고인이 되어 요절했다고 할순 없으나 장수했다고도 할 수 없다. 이중섭은 나이 40에 타계했으니 요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생전에는 가난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사후의 그림값이 금값보다 더 나가는 것이다. 후대인들에 의해 이들의 가짜 그림이 성화를 부리는 것도 공통점이다.
고흐는 정열의 화가로 야수파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호주 국립미술관에 고흐 작품으로 60여년 동안 전시된 ‘남자의 초상’ 그림이 가짜로 판명됐다고 최근 외신은 전했다. 역시 그의 그림으로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있는 ‘계곡’이 한동안 위작 소동이 벌어졌다. X선 투시에서 표면의 그림 밑에 다른 그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정밀감정 결과 다른 그림을 그리다가 ‘계곡’ 그림을 덧씌워 그린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유는 그에겐 캔버스가 귀했던 탓이다.
박수근은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시작하여 조선미전에 입선했다. 회백색 구도에 간결한 선묘로 생활주변의 소재를 주로 한 것은 그다운 성품이다. 지난 5월 그의 작품 ‘빨래터’가 국내 경매에서 무려 45억원에 거래됐다.
이중섭은 일본에 미술유학을 한 화가로 야수파 성향이 강하다. 동물을 많이 그렸다. 동물 중에도 개를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6·25 땐 피란지 대구에서 진종일 다방에 죽치고 있으면서 빈 담뱃갑에 동물을 그리곤 했다. 아마 누가 이중섭의 그 담뱃갑 그림을 지금 지니고 있다면 부르는 것이 값일 게다.
얼마전 박수근·이중섭의 그림이라며 무더기로 나와 위작 시비가 일어나 검찰이 의뢰한 감정 결과 모두 가짜로 결론이 났다. 무엇보다 불우한 이들 천재화가가 사후에 무더기로 나올만큼 생전에 그림을 그릴 처지가 못됐다.
고흐나 박수근·이중섭의 그림이 사후에 평가받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화가의 혼이 화폭에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은 비구상으로 가는 경향이 점차 짙어진다. 순수추상주의가 있다. 사진예술, 비디오 아트 등의 발달은 구상 분야 역시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중요한 것은 손끝이나 머리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 가슴으로 그리는 그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전에 가난했던 이들의 그림이 사후에 가짜가 쏟아질만큼 돈이 되는 것은 아이로니컬한 세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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