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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자 1%가 사유지 절반 소유?

정부 정책과 관련된 통계자료가 발표되면 간혹 그 결과와 해석을 두고 정부와 언론 간에 공방이 벌어진다. 언론들은 발표된 자료의 오류와 해석의 방향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정부의 해당 기관은 해명 자료를 제시한다. 대부분 양측의 해석이 모두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정 시각이나 잣대로 통계자료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객관적인 해석을 위해서는 냉철한 판단력과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조성진 책임연구원

[가]

우리나라 인구의 상위 1%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등 토지소유 편중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토지소유현황을 조사한 결과, 면적기준으로 작년 말 현재 총인구의 상위 1%인 48만7천명이 전체 사유지 5만6천661㎢의 51.5%에 해당하는 2만9천165㎢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총인구의 상위 5%가 82.7%인 4만6천847㎢, 상위 10%가 5만1천794㎢인 91.4%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인구 4천871만명 중 토지소유자는 28.7%에 해당하는 1천397만명이었다.

[나]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토지소유현황’ 통계가 실상을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자부는 그 자료에서 총인구의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의 28.7%만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의 71.3%, 3천500만명이 손바닥만한 땅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행자부 발표가 있자 시민단체들은 즉각 “토지소유의 불평등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언론들도 이 구호를 함께 복창했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인원은 3.1명이다. 그렇다면 총인구의 28.7%가 토지소유자라는 것은 70% 정도의 국민이 땅을 갖고 있는 가구에 속해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 문제 ]

[가], [나]의 두 제시문은 우리나라 신문에 게재된 기사의 내용을 발췌한 것으로써 하나의 통계조사 결과에 대한 상반된 두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두 제시문은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통계조사분석 과정이나 결과의 일부분을 주관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독자들은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좀더 의미 있고 완전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각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하시오.- 동국대 2006학년도 수시1 학업적성논술고사 중

◇평소 통계자료 발표와 그에 따른 논란에 주목해야

논술 문제에 등장하는 고전 제시문의 경우 오래된 것들이 많죠. 최근에 나온 책이라 해도 몇 년 전에 출판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통계자료의 경우는 다르죠. 대개 근래에 발표된 통계자료들이 많아요. 오랜 기간의 시계열 자료를 보여주더라도 근래 데이터까지 포함된 최신 자료들입니다.

통계자료가 발표되면 그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런 자료가 논술문제에 활용되기 쉬워요. 따라서 평소 신문을 읽으면서 통계관련 기사나 논란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아요. 몇 달 전에 논란이 일었던 통계자료가 올해 논술문제에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 앞에서 제시한 동국대 2006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고사 문제는 논술고사 시행 몇 달 전의 신문기사가 활용됐어요.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정 대상

문제는 두 제시문이 모두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어요. 보다 의미 있고 완전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각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문제의 요구죠.

먼저 제시문 [가]의 오류는 사실상 제시문 [나]가 제기하고 있어 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요. 제시문 [가]는 행자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적절히 인용하여 인구비율에 따른 토지소유상황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토지소유구조가 매우 불평등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그 해석이나 설명에 큰 문제가 없어 보여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토지소유의 주체가 모든 개인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대개 한 가정에서 가장이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은 개인적으로 토지를 직접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토지 소유는 그 가족 구성원 전체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로 어린 자녀들까지 다 포함하여(어린 자녀들에게 이미 토지를 재산으로 물려준 경우도 없진 않지만) 개인별 토지소유비율을 따지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죠. 제시문 [나]는 이를 비판하며 토지소유의 주체를 가구주 수준으로 높여야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즉 국민의 28.7% 만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과장되고 부풀려진 해석이라는 주장이에요. 제시문 [나]는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인원이 3.1명이라 설명하고 이를 감안하여 가구주 기준으로 토지소유상황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제시문 [나]의 주장처럼 제시문 [가]는 현실적으로 타당한 해석이 될 수 없어요. 통계 자료의 조사 분석 과정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정 대상 혹은 단위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지요.

◇보고 싶은 자료만 보는 오류

제시문 [나]의 비판은 이처럼 타당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제시문 [나]도 [가]에 제시된 통계 자료 중 일부분만 강조하고 있어 불완전하고 부분적인 정보만 제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제시문 [나]는 가구주 기준으로 28.7%의 3.1배인 70% 정도의 국민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나라 토지분배가 불평등한 구조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말해요. 하지만 이는 보고 싶은 자료만 부각시켜 상황을 왜곡시킨 것이에요. 토지분배의 불평등 여부는 얼마나 적은 인구가 얼마나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해요. 토지를 소유한 인구만 중요한 것이 아니죠. 많은 인구가 극히 일부의 토지만을 소유하고 있고 적은 인구가 대부분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평등한 구조라 할 수 있어요.

제시문 [나]가 제시한 가구주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경우에도 여전히 토지분배의 불평등성은 존재해요. 예를 들어 제시문 [가]의 면적 기준 토지소유 현황에서 상위 5%가 전체 사유지의 82.7%, 상위 10%가 91.4%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구주 기준으로 환산해봅시다. 결국 상위 3%의 인구가 51.5%의 사유지를 차지하고 있고 15%의 인구가 82.7%, 30%의 인구가 전체 사유지의 91.4%를 소유하고 있다고 추산할 수 있어요. 제시문 [가]의 주장보다는 완화되었지만 이 정도도 토지분배 불평등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어요.

제시문 [나]는 제시문 [가]를 비판하면서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자신이 주장하려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 정보만을 활용함으로써 현상을 잘못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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