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회장으로 뽑아 준다면 아이스크림을 쏘겠어.” “매일매일 수업을 딱 일교시만 하는 거야.” 학생회장으로 뽑아달라며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놓는 후보들에게 아이들이 외친다. “이 뻥쟁이들!”. 지난 6월 여성문화운동단체 ‘이프’가 제9회 안티페스티벌 ‘대통령과 함께 춤을’이란 행사를 개최했었다. 그때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발끈미래당’이 공연한 정치풍자 뮤지컬 ‘대통령이 되기 싫은 101가지 이유’의 한 장면이다.
‘이프’는 해마다 ‘안티미스코리아페스티벌’, ‘안티성폭력페스티벌’ 등 사회적 이슈의 안티페스티벌을 펼쳤는데 올해엔 17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를 소재로 삼았다. 안티페스티벌에 참가한 개인과 단체 13개 팀은 기존의 선심성 공약 남발, 지연·학연 정치, 구태 선거 등을 비판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선보였는데 ‘아름다울 수 있당’에선 ‘신데렐라의 구두를 던지고 슈퍼우먼의 망토를 찢자’는 공약으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고등학생 연극동아리 ‘쎈’은 ‘굿쎈당’을 결성하고 ‘오락가락 교육정책’을 풍자하는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김해여성복지회관의 여성 노인들은 ‘혈기왕성당’을 결성하고 노인들이 원하는 복지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안티페스티벌에 참가한 여러 당처럼 당명(黨名)이 희한하기는 요즘 생긴 정당도 마찬가지다. 범(汎)여권 신당의 정식 명칭은 ‘대통합 민주신당’이고 약칭은 ‘민주신당’이지만 정치권에서 민주신당을 당명대로 부르는 정파는 민주신당을 제외하곤 별로 없다. 우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민주신당을 ‘도로 열린우리당’ ‘열린신당’ ‘도로 노무현당’이라고 부른다. 일부 신당 소속 의원들조차 ‘밤새 걸어 제집 한마당’ ‘돌고도는 열린당’ ‘다람쥐 체바퀴당’이라 부르는 실정이다. 민주신당이 ‘대통합’과 ‘신당’을 자처하는 걸 빗대 ‘짝퉁대통합’ ‘헌당’이란 호칭도 있고, 한나라당에선 ‘한탕주의 사기도박당’ ‘위장폐업 후 신장개업당’ ‘국정실패 세탁공장당’ ‘기획탈당 헤쳐모여당’이란다.
지난달 24일 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가칭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이란 당명을 내걸었을 때 다른 정파에선 ‘과거회귀 잡탕 군주 헌당’이란 명칭이 나왔고, 당명이 너무 길고 헷갈려 ‘열한 글자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너, 나 할것 없이 정치인들이 자초한 망신, 수치이지만, 앞으로 ‘거품당’ ‘허무당’도 나오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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