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일본의 신인 감독 니나가와 미카의 '사쿠란'은 화려하고 강렬한 색과 빛의 사용으로 시신경을 자극하는 개성 있는 영화다.
니나가와 감독은 일본에서 이름을 알려 온 사진작가 출신으로 안노 모요코의 동명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장편 데뷔작 '사쿠란'에서 색다른 화면을 만들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 8살 난 기요하(즈치야 안나)는 에도시대의 유명한 유곽 요시와라에 팔려온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과 질펀한 술자리가 있는 요시와라는 늘 남자들로 북적인다. 여자들은 앞에서는 남자들에게 교태 어린 웃음을 짓고 술을 따르면서 뒤에서는 최고의 오이란(고급 유녀)이 되기 위해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건방진 말투와 성격으로 문제아로 찍힌 기요하는 유곽의 꽃이 되기를 거부하고 요시와라에서 달아나지만 곧 잡혀온다. 기요하는 자신을 가르치는 아름다운 오이란 쇼히(간노 미호)의 교묘한 설득과 유곽의 일꾼인 세이지(안도 마사노부)와의 약속으로 유곽에 남기로 마음먹는다.
쇼히는 유곽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대로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고 기요하에게 "최고의 오이란이 되면 쓰라"며 머리 장식품을 손에 쥐어 주고 떠난다.
17살이 된 기요하는 뛰어난 미모와 거침없는 성격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오이란 다카오(기무라 요시노)의 질투와 미움을 받는다. 기요하는 어느 날 잘생기고 마음씨도 착한 손님 소지로(나리미야 히로키)와 사랑에 빠진다. 다카오는 그 마음을 이용해 기요하를 무너뜨릴 계략을 꾸민다.
영화는 시대극이지만 트렌드에 맞게 톡톡 튀는 캐릭터와 현대적인 대사, 과감한 사운드트랙으로 목마를 때 마시는 청량음료 같은 맛을 낸다. 유곽의 화려함을 표현하기 위해 의상부터 세트까지 눈을 쏘아대는 강렬한 원색을 거침없이 사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창살 안 꽃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무채색의 빛과 그늘로 그린다.
영화는 삶의 비밀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대사와 함께 발빠른 전개로 흘러가지만 관객이 시각적 충격에 익숙해질 만한 후반부에 이르면 화면상으로나 줄거리로나 주춤하며 맥을 잇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에도시대 유곽을 배경으로 한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을, 기요하의 사랑과 선택은 애절한 감수성이 녹아 있는 청춘영화가 줄 수 있는 보편적인 즐거움을 준다.
내달 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