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토론을 즐겨라
◇생각열기= “토끼와 거북이가 땅에서 달리기 시합을 한다. 경기는 매주 1회, 4주 연속 진행한다. 매 경기마다 이긴 자에게는 당근 3개를 주고, 지면 1개를 준다는 규칙을 적용 한다. 시합은 시작되었고, 결과는 토끼의 우승이었다.” 이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약간 변형시킨 것이지만 결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육지에서 빠른 속도를 가진 토끼가 우승하여 당근 12개를 받았고, 거북이는 4개를 받았다.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를 내보겠다. 시합에서 진 거북이가 심판관에게 따졌다. “이 경기는 문제가 있다. 토끼에게 유리하다. 토끼와 거북이가 동등한 관계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한참동안 고심하던 심판관은 동등한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멈추고 여러분도 한 번 규칙을 만들어 보자.
◇생각 쌓기= 이 수업은 모둠을 만들어서 진행을 한다. 4명이 1모둠으로 구성했다. 돌아가며 말하기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한 명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적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기록이가 있고, 사회자 역할을 하는 이끔이를 정해야 한다. 여러 가지 재밌고, 창의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주장과 근거이다. 자신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3명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다른 모둠의 친구들에게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의견이 정리되면 이끔이가 나와서 발표를 한다. 이 때 다른 모둠에서 질문을 한다. 이렇게 해서 창과 방패 놀이가 시작한다. 실제 수업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학생들이 동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다. 장소는 빙판에서 하며 토끼와 거북이가 썰매를 타고, 손에 장갑을 끼고 얼음지치기를 하다는 규칙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규칙은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동화적 상상력으로 문제해결을 한 것이다. 현실에서 가능한 대안을 내세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육지와 바다에서 10m 경주를 시켜서, 거북이와 토끼의 평균 속도를 측정해서 출발점을 다르게 설정하고, 100m 트랙을 두 개 만들되 토끼는 땅, 거북이는 물에서 경주를 하는 규칙이었다. 그리고 보상도 각자 식생에 따라서 선택권을 갖도록 한다. 매우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이었다.
한 가지 더 나아간 생각은 경기의 공정성을 위하여 토끼와 거북이가 땅과 물을 번갈아 가면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우리한 장소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토끼에게도 물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물에서 100m 헤엄치는 토끼가 있어야하는 데, 토끼는 물과 상극인 동물이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중이염 등으로 인해서 생명을 부지하지 못한다. 더구나 헤엄치는 토끼는 없다. 결국 이 주장은 근거를 상실한다. 그런데 물에서 100m 수영하는 토끼가 있다. 플로리다의 산호초에 사는 늪토끼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서식지의 파괴로 남아있는 늪 토끼의 서식지는 불과 몇 헥타르 밖에 안 되며, 늪 토끼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도로를 횡단하거나 섬 사이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수영을! 한다. 이러한 근거를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일반인의 상식을 뒤집는 발칙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생각에 날개 달기= 글말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논증적 글쓰기가 논술이라면 입말을 언어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토론이다.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서 자신의 주장을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논술의 목표이기 때문에 토론과는 목표점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해결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토론과 논술은 다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토론과정에서 학습자는 논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주장하고 논박을 함으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논리적 허점을 찾을 수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생각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관점의 다양성을 이해하여 사유의 힘이 확장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이 향상된다.
◇삶과의 접속= 일상에서 토론을 생활하는 것이 논술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논제로 할 것인가이다. 처음부터 광범위하고 세계적인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지 말라. 자신 주변에 펼쳐진 문제부터 토론해야한다. 야간자율학습의 실시 여부나 머리 염색 파마 허용 등과 같은 학생 가까운 논제부터 시작을 한다. 시사적인 문제도 매우 적절하다. 이 때 텔레비전 뉴스, 토론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특히 텔레비전 뉴스는 1분 30초 정도 짧은 시간에 주장과 각계의 전문가 의견을 보여주기 때문에 손쉽게 가정에서 할 수 있다. 방송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뉴스 게시판이 있고, 언제든지 재생해서 볼 수 있다. 뉴스의 전문을 텍스트로 볼 수 있어서 출력해서 읽을 수 있다. 토론은 실생활에서 즐겨야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문제를 볼 줄 알고, 나의 문제로 인식하며, 자신과 관계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 놓는 개방성을 가지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키워야한다.
◇ 적용하기
1. 자신이 가장 재미있었던 토론은 무엇이었는가 그 이유를 말해보자.
2. 우리 가정, 우리 반,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토론꺼리들을 찾아서 토론 베스트 5를 만들어보자.
이 규 철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 운동 대표 (성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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