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찾은 논술(철학·역사·사회·문학을 번갈아 연재합니다. ‘철학’코너에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여러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살펴봅니다.)
▲새롭게 부각되는 시민 사회 단체
자발적 결사체 가운데에서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시민 사회 단체이다. 시민 사회 단체는 공공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시민의 자주적 조직으로서 시장 영역, 정치 영역과 함께 민주 사회를 이끌어 가는 3대 축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의 성숙과 함께 시민 사회 단체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여성 민우회,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참여 민주 사회 시민 연대, 환경 운동 연합, 경제 정의 실천 시민 연합 등 매우 다양한 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문제에서부터 전국적인 문제, 그리고 국제적인 문제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국제적인 연대를 하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시민 사회 단체의 활동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 교육인적자원부 111쪽>고등학교>
▲자발적 결사체의 발전
자발적 결사체 중에서 요즈음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 사회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비정부기구, 즉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이다.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다양해진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NGO는 계속적으로 늘어나서 현재 그 수가 5,000개가 넘고 있으며, 한국 여성 민우회,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참여 민주 사회 시민 연대, 환경 운동 연합, 경제 정의 실천 연합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문화 - 천재교육 79쪽>사회·문화>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 NGO의 가장 큰 두 가지 특성을 알 수 있을 거야. 하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조직된다는 것, 또 하나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이지. 특정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와 NGO가 어떤 점이 다르다는 것은 여러분도 알겠지? 그래서 교과서에서는 ‘시민의 자주적 조직으로서 시장 영역, 정치 영역과 함께 민주 사회를 이끌어 가는 3대 축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고 까지 말하고 있어. 근데 이 말은 무척 의미심장하지 않아? 이것은 곧 경제와 정치 영역 외에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제3의 세력으로서 NGO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말이잖아?
실제로 미디어에서 접하는 NGO의 활동모습은 우리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일본의 포경선과 ‘전투’를 방불하는 집회를 벌이는 그린피스 회원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고래잡이 반대에 동조하게 만들고 말아. 이들의 활동은 정부가 벌이는 어떤 캠페인이나 구호보다도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면이 있어. 이런 NGO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놓고 새로운 권력이동의 주체로 보는 시각도 생겨났어.
왜 현대 사회에서 NGO와 같은 비정부 기구, 비영리 기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일까?
여러분은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는 말을 자주 들어 봤을 거야.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뽑았지만 자신들의 당리당략 싸움에 민생현안은 해결하려고도 않지. 정부 공무원이나 관료들은 또 어때? 상명하달식의 관료제는 위에서 정해진 것을 기계적으로 수행할 뿐 이런 일들에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워. 또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 반드시 시민들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 ‘어떤 시민’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어떤 시민’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현대는 과거보다 더 다양한 사회갈등이 존재하고, 개인의 권리와 요구에 대한 의식도 많이 신장돼 있어. 그런데 이런 갈등과 요구를 조정하는데 옛날처럼 국가가 강제적으로 밀어 붙인다던가, 정글의 원칙이 지배하는 자유시장에 맡긴다면 어떻게 되겠어? 사회는 끊임없이 갈등과 혼란이 지속될 거야. 설혹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해도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전체 국민, 아니 전세계인들이 불행해지는 건 당연하겠지. 그래서 NGO와 같은 기구들이 나타나 정부나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거나 견제하는 것이지.
NGO는 어떤 일을 하는가?
NGO의 대표적인 일은 국가권력과 경제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이야. 부정부패 감시, 환경파괴 고발, 전쟁반대,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이나 그린피스의 환경캠페인 등이 대표적인 예야. 사실 NGO에 대한 가장 큰 이미지는 바로 이러한 고발과 감시, 견제의 이미지이지.
또 하나 대표적인 것은 복지기능이야. 국가나 정부 차원으로 할 수 없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재난구호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 ‘바람의 딸’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한비야씨가 속한 월드비전이 바로 이런 일을 하고 있어. 아프리카에 의약품이나 식량을 원조하고 쓰나미 같은 재난을 당한 지역에 긴급구호물자를 투입하는 일 등이지.
그 외에도 여성이나 장애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거나 정부와 시민의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는 것, 시민을 상대로 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 등이 NGO의 주요 활동 내역이야.
NGO는 새로운 권력인가?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NGO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해. NGO가 정부나 권력기관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려면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것이 독립성이야. 예를 들어 삼성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을 펼쳤던 참여연대가 삼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면 어떻게 되겠어? 당연히 기업에 대한 비판의 칼날이 무디어지겠지.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정부의 토건사업 중심의 막개발에 반대하고 나서는 환경단체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면 시민기구 특유의 견제, 감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NGO자체는 비영리집단이기 때문에 후원이나 상업적인 활동이 없다면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야. 국가는 세금을 걷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일 수 있지만 NGO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력이나 경제력을 원조받는 것도 시민의 자유의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거야.
또 NGO가 정치 권력화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어. NGO가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와 압력을 행사하면서 유권자나 일반시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야. 만약 시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름난 NGO의 활동가가 정치권이나 관료로 전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NGO 활동가들이 관료로 진출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버린다면 순수하지 못한 동기로 NGO 활동에 동참하는 사람도 많아지겠지. 당장 요즘의 대학생들도 순수한 동기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NGO 단체 주최 캠프나 인턴십에 참여한다고 하잖아. 이것은 현대 시민들이 NGO 기구들에 대해 긍정적이고 믿을 만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새로운 병폐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이 외에도 국제 NGO 기구의 활동이 서구 중심으로 편향돼있는 문제가 있어.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인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서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 NGO의 도움을 받아 자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배권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지.
만약 여러분이 오늘 그린피스나 녹색연대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고 생각해 봐. 이들의 정책에 동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후원금을 내거나,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했다면 여러분도 이미 NGO의 일원이 된 거야. 그런 사람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테고 바로 그런 이들이 미래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을 테지./정윤희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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