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0월4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 부산은 '영화의 바다'에 푹 빠질 관객을 위한 축제마당이 된다. 갈수록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월드프리미어 작품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뜻.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될 작품과 부산을 찾을 영화인의 면면, 지난해 새로운 시도를 한 아시아필름마켓(AFM) 등 부산영화 마켓, 그리고 영화 팬들이 즐길 만한 이벤트를 20~23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총 64개국에서 날아온 275편이다. 이중 월드 프리미어(자국 내외에서 처음 소개되는 영화)는 6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자국에서는 소개됐으나 해외에서 첫 소개되는 영화)는 26편이며 아시아 프리미어는 101편에 이른다. 대부분의 영화가 자국 외에선 첫 소개될 정도로 부산영화제에 대한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절대적인 시간 여건상 다 볼 수는 없으니 자신의 취향에 맞추거나 영화제의 '전략'에 맞춘 작품을 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부산영화제의 혼잡을 경험했던 영화 팬이라면 일정을 미리 촘촘히 짜놓아야 할 것.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을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으로 소개한다. 월드시네마, 아시아영화, 한국영화, 와이드앵글 부문으로 나누었다.
◇월드 시네마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올해 월드 시네마의 특징에 대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영화산업국에서 최근 완성된 수작들과 거장과 젊은 감독의 신작을 두루 초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루마니아, 이스라엘, 멕시코 등 영화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국가의 작품이 초대돼 다양성을 넓힌 것도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검은 태양(Black Sun) = 폴란드 출생의 크시슈토프 자누시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 자누시 감독은 제5회 영화제에서 특별전이 열려 소개되기도 했다. 실화에 기초한 오페라극을 각색한 신작으로 빛과 어둠, 행복과 절망, 기쁨과 슬픔, 정의와 불의 등 상반된 두 가지 개념이 맞닿아 있는 삶의 부조리를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의 미장센과 음악, 독백 속에 담아냈다.
▲무지의 시대(The Age of Ignorance) = 1970~80년대 정치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알린 캐나다 드니 아르캉 감독의 2006년작. 감독 스스로 '미 제국의 몰락' '야만적 침략'을 잇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언급한다. 현대의 우리가 새로운 중세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중세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 본다. 미국의 이라크전과 9ㆍ11 테러 등으로 야기된 이슬람에 맞선 전쟁이 이교도와 십자군의 대결과 비슷하다는 의미. 전염병이 엄습한 미래의 퀘벡을 무대로 인간성의 말살을 그리고 있다.
▲컨트롤(Control) = 너바나, U2 등 유명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안톤 코빈의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포스트 펑크록 밴드 조이 디비전의 열혈 팬이었던 코빈 감독이 1980년 23세의 젊은 나이로 자살한 이언 커티스의 삶을 스크린에 옮겼다. 이언 커티스의 아내 데보라 커티스의 저서 '먼 곳의 손길'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빼어난 흑백 영상으로 뛰어난 아티스트의 모습을 단순히 치켜세우지 않고 면밀하게 그린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4 Month, 3Weeks and 2 Days) = 올해 루마니아에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작품. 공산주의를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으면서도 루마니아 내 공산주의 역사를 보여준다. 불법 낙태를 하려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차우셰스쿠 정권 말기 체제 유지를 위한 비밀과 거짓말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아시아 영화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영화의 성장을 이끄는 동인으로 인도 영화산업의 화려한 세계 진출, 중국 영화산업의 개방, 동남아시아 지역 독립영화 활성화,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의 자국영화 진흥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을 꼽았다.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게 올해 영화제에 소개될 아시아 영화의 특징.
▲881 = 올해 처음 섹션으로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만날 수 있는 싱가포르 로이스톤 탄 감독의 음악영화. 음악영화 전통이 부재하다시피한 싱가포르에서 전통 가요 호케인 송의 라이브 무대 게타이를 영화로 끌어와 뮤직 배틀에 접목시켜 새로운 음악영화로 만들어냈다. 유명한 게타이 가수가 꿈인 두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탄 감독은 싱가포르의 앙팡테리블로 불린다.
▲애플시드:엑스머시나(Appleseed:EX MACHINA) = 2D와 3D가 결합된 화려한 재패니메이션. 시로 마사무네 원작 만화, 우위썬(吳宇森) 제작, 아라카미 신지 연출이라는 황금조합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2004년 발표된 '애플시드'에서 실사와 유사한 3D CG기술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신지 감독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CG 기술을 선보인다. 인류의 절반이 전쟁으로 사라져 인간과 사이보그, 바이오로이드가 어울려사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톤도 사람들(Tribe) = 필리핀 짐 미르 리비란 감독작. 2006년 팔란카상을 차지한 시나리오 '트리부'를 각색해 만든 작품으로 마닐라 십대 폭력조직의 실상을 열 살짜리 꼬마 에베트의 시선으로 바라본 충격적 내용이 담겨 있다. 마약, 폭력, 섹스 등 빈민가 톤도의 삶이 생생히 보여진다. 연기자 대부분이 실제 톤도의 주민이었으며 거친 카메라 워킹, 신랄한 대사로 암울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전쟁에서의 마지막 희망(Hope Dies Last in War) = 인도 다큐멘터리 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수프리오 센 감독의 반전 다큐멘터리. 가장 강력한 반전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후 수십 년간의 전쟁 포로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에 걸쳐 담았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인도 대륙 사람들의 고통과 무력함, 실의, 희망을 전한다. 센 감독은 저널리스트 출신.
◇한국영화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뉴 커런츠 섹션에 상영되는 한국영화 중 유독 성장영화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중견이나 거장의 작품을 함께 놓고 보면 세대마다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M = 이명세 감독이 강동원과 다시 만나 내놓은 작품으로 부산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가 영상으로 교차한다. 주인공 한민우가 토해놓는 기억과 망각, 현실과 허구의 추격전이 '형사 Duelist'에서 구현한 바 있는 빛과 어둠의 미장센을 통해 훨씬 더 풍성해졌다는 평.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속한 작품이다.
▲여름이 준 선물 = '내 마음의 풍금'으로 주목받았던 이영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죽음의 실체가 궁금해진 호기심 많은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한 할아버지와 나누는 교감이 영화의 밑바탕이 된다.
▲여기보다 어딘가에 =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재학 중인 젊은 영화인 이승영 감독의 작품. 2006년 단편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가 여러 영화제에 소개됐으며 '소녀X소녀'(박동훈 감독)의 시나리오를 썼다. 두 남녀의 연애담이 음악과 결부되며 이들의 절망과 희망이 교차해 전개된다.
▲검은 땅의 소녀와 = 1997년 데뷔작 '내 안에 우는 바람'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전수일 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감독. 부산 지역에서 여전히 독립영화 제작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가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소녀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 강원도의 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진폐증에 걸린 아버지, 정신발달이 늦은 오빠를 둔 소녀 영림이 주인공이다.
◇와이드 앵글
지난해 출범한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의 지원작들이 대거 완성돼 월드 또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선을 보인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이는 아시아 영화의 고른 성장을 위해 지원을 다양화한다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방침이 서서히 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소개한다.
<단편>단편>
▲날아간 뻥튀기 = 방은진 감독. 사소한 설정에서 시작해 사건을 겹쳐나가며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가는 이야기 구성이 작은 사건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화의 주제와 맞물린다.
▲○○씨의 하루 =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박정훈 감독의 단편으로 진실성이 전해진다.
▲딸들에게 기적이 = 최혜정 감독. 여자되기와 어미되기의 아픔과 어려움을 기저귀를 통한 여성 간의 연대감으로 전환시켰다.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연출이 돋보인다.
<다큐멘터리>다큐멘터리>
▲초롤케의 딸 = 볼리비아 여성 광부들의 고된 삶과 그들의 뒤를 잇는 딸들의 삶을 박미선 감독이 담았다.
▲전장에서 나는 = 일상과 전쟁의 공간이 공존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곳을 다녀온 한국 군인들의 이야기.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밀접해 있음을 담담한 터치로 보여주는 공미연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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